계열사 리스크 준다…향후 투자 유치 전망도 '맑음'애국기업으로 거듭난다…일본 기업 색체 지우기 '박차'한·일 통합 경영 '가속'… 시너지 효과 극대화 노린다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지배구조개선 대책을 발표했다.ⓒ뉴데일리DB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지배구조개선 대책을 발표했다.ⓒ뉴데일리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으로 얼룩진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신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볼썽사나운 가족 간 경영권 다툼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일본기업 논란 등으로 확산된 '국민적 반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 대해 사과하고 지주사 전환, 순환출자 해소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 내용을 놓고 일각에선 신동빈식 롯데의 청사진이 그려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세대 롯데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본격적으로 신동빈의 롯데가 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1세대 창업주의 롯데는 보수적인 경영 방식을 고수했다. 사업을 늘릴 때마다 자체 자금과 은행 대출만 이용했고, 일본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가운데 상장을 통해 기업 경영을 공개한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사업 영역도 식품과 유통 분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반면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고 증권사 해외지점에 오래 근무한 신동빈 회장은 기업 공개를 통한 사업 확장 등 서구적 경영에 익숙하다는 평가다.

    이에 신 회장이 두 나라 롯데를 통합 경영하는 '원(one) 리더' 자리에 오른다면 '황제경영, 폐쇄적인 지배구도'로 대표되는 신 총괄회장의 '롯데왕국'에서 호텔롯데 상장, 정부 코드 맞추기 등 투명경영, 소통경영 행보의 '롯데그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신 회장이 이날 발표한 지배구조개선 대책 내용에서 향후 전개될 2세대 롯데를 읽어봤다.


    ◇ 폐쇄적 경영에서 투명 경영으로 이동

    "호텔롯데 상장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

    신 회장은 이날 롯데호텔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방안은 신 회장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롯데왕국'과 확실히 다른 '롯데그룹'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상장기업은 기본적으로 공시 의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경영 결정에 대해서 투자자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가 상장된다면 지배구조가 투명하게 재정립될 수 있는 효과가 예상된다.

    신 총괄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의 상장을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신 회장의 주도로 롯데쇼핑이 상장됐을 당시 신격호 총괄회장이 "회사를 왜 남에게 파느냐"고 못마땅해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반면 신 회장은 상장에 호의적인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2006년에는 롯데쇼핑을 한국뿐만 아니라 런던에서도 상장시켰다. 경영권 간섭과 "사업에 실패하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기업 상장에 부정적이었던 신 총괄회장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신 회장이 양국의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갖게 된다면 계열사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다. 

    롯데는 계열사 상장으로 △기업 홍보효과와 공신력 △자금 조달 능력 △세제상 혜택 등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 몸집을 불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 계열사 리스크 준다…향후 투자 유치 전망도 '맑음'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를 연내에 80% 이상 해소하겠다"

    이날 신 회장은 중장기적으로는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롯데호텔의 기업공개 추진에 이어 순환 출자구조를 2015년 말까지 80% 해소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신 회장이 기한을 못박아 말한 것도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로써 제2세대 롯데는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고 그만큼 계열사 리스크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순환출자는 한정된 자본을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적은 지분으로도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한 계열사에게 위기가 찾아오면 다른 계열사에게도 악영향을 끼쳐 경영악화를 가져올 수 있고 적대적 자본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 있는 등의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신 총괄회장의 롯데는 한 계열사의 위기가 다른 계열사에게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구조다. 반면 순환출자가 단순화된 2세대 롯데는 순환출자로 인한 부실화를 방지하고, 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키면서도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향후 투자 유치에도 유리한데다 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는 등 이점도 얻을 수 있다.


    ◇ 애국기업으로 거듭난다…일본 기업 색체 지우기 '박차'

    "롯데는 한국기업이다"

    신 회장은 이날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귀국 직후 인터뷰에서도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롯데에 대해 '국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연이어 두 차례나 공개석상에서 롯데의 국적을 한국이라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롯데는 일본 색체를 지우기 위한 다각도의 애국 행보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롯데호텔 상장 시 한국의 국민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신 회장이 강조하고 나선 이상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비율이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국민의 지분율을 높여 명실공히 국민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청년 일자리 채용 대책과 사회공헌활동에서도 적극적으로 앞장 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지난 8일 2018년까지 2만4000여명의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롯데그룹은 5년 후인 2020년에는 직간접 일자리 창출 규모가 지금보다 60% 이상 늘어난 59만명(직접 고용 15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신동빈의 롯데는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에 동참해 한국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부각시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 대한 재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 회장이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설립된 한국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께서 일본에서 번 수익을 고국에 투자하겠다는 일념으로 설립했다"라며 "한국에서 발생한 수익은 지속적으로 한국 롯데에 재투자하셨다"라고 발언한 부분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현재 롯데는 지분구조상 '한국에서 돈 벌어 일본에 준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신 회장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재투자하면서 국내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롯데는 지난해 국내에서 5조70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사상 최대인 7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 한·일 통합 경영 '가속'… 시너지 효과 극대화 노린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완전히 분리해서 협력 관계를 없애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신 회장은 '한·일 롯데 분리'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신동빈의 롯데에선 한국롯데와 일본롯데의 교류가 더욱 확장돼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신동빈 회장이 양국의 롯데를 이끈다면 한·일 '팀워크'는 더 긴밀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그 동안 한·일 롯데는 교류가 많지 않고 거의 다른 회사처럼 운영돼 왔다. 그나마 '제과' 부문에선 협력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게 전부다.

    앞서 1980년대 일본 '롯데'는 껌을 앞세워 베이징을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했고, 약 1년 뒤 한국 롯데제과도 중국에서 자일리톨 껌과 쵸코파이 등을 팔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는 마케팅 정보 등을 공유하고, 서로의 품목이 겹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사실상 긴밀한 '공조'를 통해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

    실제 두 회사는 지금도 한 해 2~3차례 '마케팅 교류회의'를 열고 실무진(부장·과장급)들이 시장조사 자료, 소비자 트렌드 등에 관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아직 실무선에서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큰 합작 프로젝트는 없지만 앞으로 특히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두 나라에서 영역을 분담하거나 신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마케팅도 함께 펼치는 등의 협력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 회장은 한·일 통합 경영으로 제과 부문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영역에서도 협력관계를 구축해 한·일 통합 경영의 성과를 보여주고자 노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신회장은 지난 11일 '한·일 롯데 분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한국롯데와 일본롯데의 협력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라면서 "협력관계 없애는 것은 나라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