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롯데시네마 등 계열 유통채널 '광복절' 특수롯데월드몰 방문객도 문전성시…"롯데불매운동 영향 미미"
  • ▲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은 지난 15일 수많은 방문객으로 북적였다.ⓒ뉴데일리DB
    ▲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은 지난 15일 수많은 방문객으로 북적였다.ⓒ뉴데일리DB



    [르포] 롯데그룹 운명의 날이 밝았다.
    오늘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서 신동빈 회장의 '원톱 굳이기냐' VS 신동주 전 부회장의 '깜짝 뒤집기냐'가 결정된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최대분수령이 될 주총 날, 격랑속에 휩싸인 롯데號에 광복절 연휴에 반가운 등대같은 소식이 들렸다.

    "'反롯데·제품불매운동' 확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던 광복절 3일간의 연휴.
    롯데백화점·제2롯데월드 등 계열사의 유통매장에는 제품을 구매하려는 국내외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2015년 기준 전체 매출에서 유통 계열사의 기여도가 44%나 되는 국내 대표 유통 기업이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프리미엄아울렛·롯데홈쇼핑·롯데면세점 등 유통채널을 포함해 총 8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일본롯데가 한국롯데를 지배하는 지분구조가 드러나면서 롯데가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갈수록 거세졌다. 이에 따라 반(反) 롯데 정서가 확산됐고 금융소비자원(금소원)은 지난 4일 롯데카드·롯데백화점 등 롯데 전 계열사를 향한 '소비자 불매운동'을 펼치겠다고 선포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40개 단체도 지난 10일 롯데카드 가맹 해지·결제 거부 운동과 함께 롯데마트·롯데슈퍼 제품 불매운동을 벌인다고 밝혔다.

    특히 광복절을 앞두고 반일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져 롯데 계열사들은 롯데 불매운동이 대형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경계하며 예의주시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세월호와 메르스 등의 악재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유통·제조업체들이 매우 힘겨웠다"라며 "최근 메르스의 종식 등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숨통이 트이나 했는데 이번 경영권 사태로 또 다른 암초를 만나 걱정이 많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反) 롯데 정서'와는 별개로 여전히 롯데 계열사의 유통매장에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실제 롯데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될 것이라 전망됐던 광복절인 지난 15일에도 롯데월드몰과 롯데백화점에는 방문객들로 가득했다.


    ◇ 롯데백화점·롯데시네마 등 롯데 계열 유통채널 '광복절' 특수에 활짝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 백화점 주변 거리에는 백화점 비닐봉지나 LOTTE 브랜드 로고가 찍힌 봉투를 양손 가득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백화점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화장품 코너에는 물건을 고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고 매장 점원들은 손님들을 바쁘게 응대하고 있었다. 1층에 위치한 화장품 가게마다 2~3그룹의 사람들이 보였다.


    한 화장품 가게 점원은 "광복절을 맞아 다양한 할인 이벤트가 진행 중이라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 주신 것 같다"라며 "롯데 불매운동 여파는 찾아볼 수 없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후 5시께 찾은 잠실 롯데월드몰도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롯데월드몰 주변에 마련된 주차장도 방문객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가득찼다.

    붐비는 휴일 풍경에 매장직원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이었다. 한 여성의류판매장 운영자는 "평소 휴일과 같은 비율로 방문객들이 찾아준 것 같다"라며 "광복절을 기점으로 (롯데) 불매운동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어 걱정했지만 기우였다"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도 "평소보다 매출이 20%가량 증가한 것 같다"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상 6층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에 들어가기 위해선 20~30분을 대기해야 했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푸드라운지도 빈자리가 없었다. 5팀 정도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애인과 함께 롯데월드몰을 방문한 김(27·여)모 씨는 "밖은 더워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이곳을 오게 됐다"라며 "불매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곳은) 맛집과 오락시설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는다"라고 말했다

    롯데 시네마 영화관 입구에는 고객 50여명이 입장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장료를 직원에 내보이며 하나 둘씩 입장했다. 유모차를 끌고온 30대 초반의 여성부터 70대의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객들이 이날 롯데시네마를 찾았다.

    매표소 위에 달려있는 전광판에는 "15:30 '암살' 매진", "17:00 '협녀, 칼의 기억' 매진"이라는 표시가 떠있었다. 팝콘과 콜라를 사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형성돼 있었다. 롯데 시네마에는 광복절 휴일을 맞아 영화를 보려는 인파로 가득했다.

    인근에 위치한 롯데월드에서도 100명이 넘는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긴 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얼굴에는 웃음이 한 가득이었다. 상기돼 있는 표정의 한 아이는 빨리 들어가자며 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보채기도 했다.

    롯데월드 매표소 직원은 "광복절을 맞아 평소보다 20% 정도 더 많은 고객이 찾아주신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하며 "롯데 불매운동의 여파는 현재까지 느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가족과 함께 롯데월드를 방문한 김모(34세)씨 "경영권 분쟁을 지켜보면서 롯데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라면서도 "하지만 이곳(롯데월드)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친숙한 곳이라 불매운동과는 별개로 찾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롯데계열의 '엔제리너스커피'와 '롯데리아'에는 빈자리를 거의 찾을 수 없었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에도 손님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박모(48세) 씨 "롯데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동안 적립해 놓은 포인트가 아까워 불매운동에 동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며 "결국 우리 같은 소비자들은 기업에 대한 정서보다는 싸고 편한 것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 롯데불매운동 영향 '미미'…사태 일단락될 때까지 속단하긴 어려워

    실제로 조직적인 롯데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약 일주일이 지났지만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전점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 상승했다. 롯데마트 매출도 상승해 4~10일 사이 작년 같은기간보다 5.3% 늘었다. 식음료 부문은 매출 증가폭이 더 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매출이 29.3%, 패스트푸드업체인 롯데리아는 7.2% ,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는 16.7% 각각 증가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메르스 종식 이후 소비심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여기에 여름특수까지 더해져 매출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직 반롯데정서가 해소되지 않은데다 불매운동이 점차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확산되고 있어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이날에도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민주노총, 소비자유니온(준), 청년유니온, 참여연대, 인천평화복지연대 등이 롯데 불매를 선언하고 전국 서명운동과 함께 매주 토요일 국민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제품이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수십년간 쌓인 롯데 제품에 대한 친숙함 때문에 불매운동은 어느 정도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아직 반 롯데 정서가 사람들 사이에 남아 있는 만큼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