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인수자 입장이지만 경쟁력은 우리가 한수 위"가장 이상적인 새 주인은 KB금융…씨틱도 긍정적
  • 산업은행이 KDB대우증권의 매각 계획을 발표, 대우증권의 매각작업이 본격화됐지만 직원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누구에게 팔리더라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산업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의 지분 전량을 한데 묶어 매각하는 방안과 개별 매각하는 방안을 병행해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 임직원들은 회사의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될지에 대해 관심을 갖으면서도 산은의 발표가 이미 예정돼 있던 만큼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대우증권 한 관계자는 "이미 한치앞을 모르는 증시에 몸담고 있는 상황에서 덩치가 큰 회사의 매각작업에 지금 당장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며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나 매각작업이 완료된다고 하는데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앞으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피인수자가 무조건 '을'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업계 선두주자로서 새 주인이 누가 되더라도 경쟁력을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우증권 노조측이 임직원이 주체가 돼 지분을 투자하고, 외국계 금융사나 PEF, 연기금 등 전략적 투자자들과 반반씩 인수하는 '종업원 지주회사'를 만들어 대우증권 인수 작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힌 점도 임직원들은 긍정적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그만큼 회사의 상황이 좋기 때문에 직원들이 직접 회사를 사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 입장에서도 최소 1곳의 입찰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르면 유효 입찰은 2인 이상의 입찰자가 나와야 성사된다.


    산은의 주요 계열사인 KDB생명, KDB캐피탈, 대우조선해양 등 노동조합들도 대우증권 노조에게 종업원 지주회사 인수 방식을 찬성한다는 지지 선언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종업원 지주회사 전환을 배제한다면, 대우증권 임직원들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유력 인수 후보 중 KB금융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B투자증권과 중복되는 업무가 적어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과 성공적 시장 안착을 대우증권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업계 역시 KB투자증권과의 합병이 시너지효과를 가장 많이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이나 신한금융투자와의 합병 가능성은 내부적으로 낮게 보면서도 시너지 효과 역시 KB금융에 비해 작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중 한 곳과 합병하게 되면 자기자본이 단숨에 6조원 이상으로 뛸 수는 있겠지만 이미 업계 선두 자리에 있는 증권사끼리 합병해 덩치를 키운 만큼 커진 몸집에 비해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1이 2 이상이 돼야 합병효과를 말할 수 있는데 이들과의 합병은 오히려 2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외국계 자본 가운데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씨틱(중신증권)과의 합병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본토시장이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증시에 대한 정보를 직접 받아 투자에 집중할 수 있어 중국분야에 독보적인 위상을 세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최근 중국증시가 휘청이고 있지만 후강퉁·선강퉁을 비롯한 중국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확실한 미래의 먹거리가 분명하다. 대우증권이 중국 증권사와 손을 잡을 경우 중국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된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도 해외진출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 일종의 카르텔 때문"이라며 "우리 역시 외국계 증권사들의 국내진출을 무조건 배타적으로 생각해선 안되고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산은이 대우증권 매각 계획을 확정함에 따라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인수의향을 시사하면서 물밑에서 준비작업을 해온 후보자들이 수면위로 떠올라 치열한 인수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대우증권의 매각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해 말이면 새 주인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