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지침서 일방적 무시
  • ▲ LH 진주 사옥.ⓒLH
    ▲ LH 진주 사옥.ⓒLH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동탄2신도시 백화점 부지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심사위원을 임의대로 선정하는 등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진행된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백화점 부지(C11블록) 사업자 공모의 최저 입찰 금액은 2927억원이다. 이번 입찰에 떨어진 현대백화점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곳보다 약 600억원 많은 4144억원을 써냈다.

    현대가 탈락한 이유는 주관적 지표인 사업계획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는 객관적 지표인 가격평가와 주관적 지표인 사업계획평가(계획, 재무, 관리·운영)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현대 컨소시엄 관계자는 "가격평가 등 객관적인 부분에선 다른 입찰사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객관적인 사항에서 앞선 입찰사가 주관적 부분에서 타사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심사 전날 심사위원 구성 방식이 갑자기 바뀐 것이다. LH는 애초 100여명의 심사위원 후보 중에 기피신청을 받아 입찰사의 이해관계가 얽힌 후보를 제외할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심사위원을 10여명으로 구성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LH는 심사위원을 임의대로 선정했다.

    LH 관계자는 "심사위원은 변호사와 감사실 직원 입회하에 추첨으로 선정했다"며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방법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심사위원 선정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심사위원 추첨 당시 참여한 모두가 외부 인원 없이 LH 소속 직원이었다. 즉 공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모 지침서에 따르면 심사위원이 70% 이상 섭외된 경우 심사를 진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외부 심사위원 1명이 불참하자 LH 직원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또 한번 공정성이 무시된 것이다. 

    기피신청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나타났다. 심사 당일 오전 입찰사에 기피신청을 받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입찰 공모지침서를 보면 기피 심사는 심사 전날 진행된다고 명시돼 있다. 기피신청을 위해선 입찰사는 객관적인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도 나와 있다.

    LH 관계자는 "입찰사는 기피신청 접수 당시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탈락사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 컨소시엄 관계자는 "당시 기피신청 변경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면서 "심사 1시간 전에 아무런 정보 없이 기피신청을 위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LH는 기피신청 대리인에게 사전 접촉 방지를 위해 심사위원의 성명은 소속회사에게 통보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현재 현대 컨소시엄은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공정성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 19일 3번째 정보공개를 LH에 요청했다.

    현대 컨소시엄 관계자는 "LH는 정보공개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난 3월부터 진행돼 준비 시간이 있었음에도 효율성 문제로 심사 당일에 절차를 변경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업은 정책의 투명성이나 신뢰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백화점 사업 경험이 있는 대기업으로 구성된 현대 컨소시엄이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LH의 논리는 모순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