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신동빈 회장 증인채택 합의··· 시기놓고 대립재벌개혁·골목상권 등 주요 쟁점 예상... "국감 대비 미리 개선 착수나서"롯데측 "국감에 최대 협조 자세로 성실히 임할 것"

  • 형제간의 경영권다툼으로 재벌개혁 바람을 거세게 불러일으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국정감사 증인대에 서게 되면서 국감 집중 공세에 정면 대응한다.

    그동안 사례를 보면 재벌 총수 국감 증인 채택이 사실 문제 규명보단 '윽박지르기'나 '망신 주기'에 그쳤던 적이 많아 신 회장으로선 부담이 따를 수 있다.

    특히 정무위 소속 일부 야당 의원들이 그를 단단히 벼르고 있었던 것 만큼 이날 국감이 과연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올해 롯데이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계부채 등 주요 민생의제가 롯데 경영권 이슈에 모두 묻힐 만큼 파장이 컸다. 때문에 이번 국감은 사실상 '롯데 국감'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일찍부터 신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 여부에 관심이 쏠려있었다. 

    특히 신 회장을 증인으로 언제 출석시키느냐에 대한 문제는 정무위원회 내에서 여당과 야당 쪽 주장이 크게 엇갈리며 고성이 이어질 만큼 첨예하게 부딪혔다. 그러다 결국 여야의 협상 끝에 17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은 "롯데 신동빈 회장이 공정거래위에 출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그동안 롯데를 향한 국민의 질타, 불신을 회복시키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그룹 측도 이와 관련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성실하게 준비, 답변할 계획"이라고 참석의 뜻을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 2012년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아 10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에 대한 여론이 악화돼 신 회장이 국감 출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 정무위는 무엇보다 신 회장이 재벌개혁의 불씨를 키운 장본인 이라는 점에서 신 회장에게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따질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사태는 형제간 볼썽사나운 경영권다툼과 미로처럼 복잡한 순환출자고리로 소수 오너일가가 그룹을 좌우하는 후진적 지배구조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반롯데'정서 확산의 빌미가 됐다.

    아울러 면세점 독과점 논란에 관한 질문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치권에선 시장 점유율에 따라 면세사업자의 신규 특허와 재승인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기준 면세점 시장 점유율에서 51%를 차지하고 있다.

    또 최근 소상공인들이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 롯데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드러내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일으킨 골목상권 침탈 논란도 건드릴 가능성이 크다. 


  • ▲ ⓒ이종현 사진기자
    ▲ ⓒ이종현 사진기자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기업구조 개선, 상생경영 등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해 치밀하게 보완해가고 있는 만큼 국감에서 큰 타격은 받지는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신 회장은 국정감사를 대비해 주주총회 직후부터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와 상생 경영 제고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달 11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를  통해'사외이사 선임'과 '법과 원칙에 의거한 경영 방침 확인'의 안건을 결의하면서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어 26일 이봉철 지원실장(부사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개선 TF(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 회장은 9일 개최된 호텔롯데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리젠테이션 심사에 신 회장의 최측근 인사인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이봉철 지원실장(부사장)을 참석시키는 등 공을 들였다.

    또 독과점 논란과 관련해서는 면세업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글로벌 경쟁 산업인 만큼 집중화·대형화가 필요한 점을 논할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일본 등 인접국 면세점과 경쟁하기 위한 볼륨화의 필요성과 그간 이룩해온 성과 등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밖에 '골목상권 죽이기'식의 그릇된 정책을 수정하고 동반성장을 약속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 실마리를 풀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국감을 의식하고 미리미리 개선 착수에 나선 만큼 수비수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며 "혹여 폭언이 오가도 그저 당하지 않고 논란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국감에서 신 회장이 보여줄 한국어 구사 능력에선 우려가 섞인다. 이미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서툰 한국어 실력이 도마 위에 올라 뭇매를 맞은 만큼 국감장에서 벌어질 의원들의 추궁에 신 회장의 어눌한 한국어 구사가 재연된다면 엉뚱한 후폭풍이 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이점이 대외 이미지에 타격을 주게 된다면 연말로 예정된 롯데면세점과 소공점 월드타워점 재승인이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감 때 신 회장과 전문경영인이 함께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할 것이란 추측도 난무했다. 당시 공정위 국감 때 전문경영인을 출석시키고 종합감사일에 신 회장을 부르자고 주장한 여당의 입장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하지만 야당은 사실상 시일을 끌다가 신 회장 국감 출석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현재 신 회장과 황각규 사장이 함께 국감에 출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라며 "(어떠한 상황에서든) 최대한 국감에 협조하는 자세로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