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독주체제에 미래에셋證 복병등장…양측 모두 인수의지 확고높아질 대우證 몸값…産銀 웃지만 '승자의 저주·패자의 후유증'우려도
  • KDB대우증권의 인수전이 불 붙고 있다. 이미 쟁쟁한 후보군들이 매각공고가 나기 이전부터 물밑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이 복병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대우증권 몸값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대주주 산업은행은 표정관리에 들어간 반면, 업계 전반적으로는 최악의 경우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인수전이 미래에셋증권의 가세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지난 9일 미래에셋증권은 이사회를 열고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늘어난 자본금을 바탕으로 M&A 시장에 곧 매물로 나올 KDB대우증권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의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에 증시는 곧바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상증자발표 다음날인 지난 10일 17.56% 급락한 미래에셋증권은 이튿날(11일)에도 4.51% 하락했다. 전일 역시 약보합 마감하며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이처럼 미래에셋증권이 단기적인 큰 충격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강행한 것은 그만큼 대우증권 인수 의지가 강하기 때문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특히 오랜기간 검토해 추진했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포기하는 대신 내린 결론이라는 점에서 대우증권 인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브로커리지가 강한 증권사 인수를 꾸준히 검토 중이며 특히 자본확충에 대한 의지 역시 강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우증권 인수는 회사가 그리고 있는 청사진과 일치한다.


    문제는 미래에셋증권이 대규모 유상증자라는 큰 모험을 감수함에도 불구하고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쟁자들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2조~2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 대우증권의 매입가격은 부풀어 오를 수 있고, 인수전 승자는 곧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인수전 패배에 대한 후유증도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됐다.


    미래에셋증권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공식적으로 대우증권의 인수전 참가를 발표하기 이전까지는 KB금융의 1강 체제가 유지돼 왔다.


    한국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시장 분위기에 따른 매각가를 지켜본 후 최종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틱그룹, 안방보험그룹 등 외국계 자본 역시 시장 상황 주시하며 물밑에서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결국 LIG투자증권 매각을 결정한 KB금융과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미래에셋증권 만이 현재 대우증권 인수전에 직접적인 행동을 취한 것으로 판단되며,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의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대우증권의 몸값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겠지만 인수에 성공한 회사도 출혈을 감수해야 하고, 인수에 실패한 회사 역시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대우증권의 직접 인수보다는 경쟁사들의 힘을 빼는 전략이 나온다면 승자의 저주가 더욱 가까워 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도 업계 상위권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대우증권 인수가 상대적으로 절실하지 않은 한국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가 몸값만 올린 이후 빠지게 되면 그 부담은 곧바로 실제 인수자가 지게 된다"고 말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증자로 시장에 대우증권 인수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면서 미래에셋증권이 카드를 먼저 노출해 대우증권의 인수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의 인수전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기존의 예상대로 KB금융이 과거 우리투자증권 인수전 패배 아픔을 딛고 대우증권을 차지할 수도 있고, 복병으로 등장한 미래에셋증권이 최종 승자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들이 어느 순간 선두에 나서며 인수전을 주도할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한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내년 3월말까지 산업은행이 보유한 금융자회사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대우증권의 본격 인수전이 열릴 시점이 임박했다는 의미로, 산업은행은 10월 중 매각공고를 통해 본격적인 매각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