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어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여야 없이 단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년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도입을 앞두고 농어촌 농가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시행령 정비를 요구하고, 선거구획정을 목전에 두고 '농어촌 대표성'을 들어 여야가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형국이다. 

    농어촌 의원들의 '집단행동'은 일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농축산물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발언을 이끌어 낸 데다가 9월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던 시행령 제정은 뒤로 미뤄졌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직무와 관련된 금품 및 향응은 금지하면서 구체적인 기준, 예외사항은 시행령이 정하도록 했다. 

    김영란법은 농어촌지역구 의원들에게 지역경제의 생사가 달린 일이나 다름없다. 지난달 18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시행령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들이 빗발쳤다. 상당수가 비도시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었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기도 한 김정훈 의원은 "명절에 농민들이 수확한 과일이나 채소를 선물로 주는 게 미풍양속이니 농어민이나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농어촌의원들의 주장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의원들은 "명절 선물, 굴비, 한우 등 특정 상품만 예외로 둘 수 없다"며 기준선을 현실화할 것을 주문했다. 전통시장,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니 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도 "금품 액수의 상한을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은 "액수를 높이는 것은 생각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농어촌지역 여야 의원들은 김영란법의 시행령이 제정될 때까지 농어촌 농가에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농어촌 의원들은 2일에도 뭉쳤다. 이날 국회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20대 총선 지역선거구 발표를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승남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은 "농어촌과 지방에 대한 배려를 위한 여야의 협상결과를 반영한 선거구 발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영철 의원은 "획정위가 13일이라는 법정 기한을 준수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인정하지만 아직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기한이 남아있다"며 "여야 지도부의 협상 결과를 반영하도록 발표를 잠정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여야 지도부를 향해 "더이상 선거구 획정 문제를 미루지 말고 조속히 만나 합의를 도출해 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당 김종태 의원은 "농촌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문재인 대표께서 농촌에 출마한다는 생각으로 살펴달라"고 외쳤다. 

    새정치연합 김승남 의원은 "어제 문재인 대표가 농어촌 선거구의 대표성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했다"며 "선거구획정위 발표를 연기하고 농어촌 대표성을 담보한 것을 심사숙고 해달라"고 주문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계파와 당을 뛰어 넘는 새로운 조직이 총선 전까지는 유지될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