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메리트 없고 2대주주 日 태평양시멘트와의 소송전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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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시멘트 시장 점유율 22%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업계 1위 쌍용양회공업가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왔지만 관련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동종업계인 시멘트사뿐 아니라 레미콘사, 건설사, 사모펀드까지 가세하며 한껏 달아올랐던 업계 4위 동양시멘트 인수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동양시멘트와 달리 쌍용양회는 '경영권 메리트'가 없는데다 인수를 하더라도 2대 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와의 소송전이 예고돼 있어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신한은행, SGI서울보증보험, 한앤코시멘트 홀딩스 등 쌍용양회 매각협의회는 지난 12일  보유 지분 3705만1792주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내고 공개경쟁입찰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오는 2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하고 다음달 중 입찰적격자 선정과 예비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쌍용양회 인수전은 그러나 ,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 탈락한 후보들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업계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그 이유로 크게 2가지가 꼽힌다. 매각협의회가 내놓은 지분이 경영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50%를 넘지 않는다는 것과 현재 쌍용양회 최대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와의 소송전도 완전히 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7월 진행된 동양시멘트 인수전의 흥행 요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은 다름 아닌 경영권이었다. 당시 동양이 내놓은 동양시멘트 지분은 54.96%로, 경영권 확보에 충분했다.

     

    이런 이유로 △삼표-산은 PE 컨소시엄 △한일시멘트-아세아시멘트 컨소시엄 △유진 PE-유진 계열사 컨소시엄 △한국레미콘협동조합-아스콘협동조합-위업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 등 5곳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고, 삼표컨소시엄이 7943억원에 동양시멘트 지분을 넘겨 받았다.

     

    이는 주당 14000원으로 지난 7월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던 당시 주가 7000원대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금액이다.

     

    쌍용양회 매각협의회가 이번에 내놓은 지분은 전체의 46.14%다. 상당히 높은 비율이지만 경영권 확보 측면에서는 4% 정도가 부족하다. 게다가 매각에 반대하고 있는 태평양시멘트의 보유 지분이 32.36% 달해 자칫 경영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인수 후보군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매각협의회와 태평양시멘트간 법정다툼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도 인수전 참여에 소극적인 이유다.

     

    태평양시멘트는 지난달 초 "매각협의회가 보유한 쌍용양회 주식에 대한 매수와 협상 의지를 여러 차례 분명히 해왔다. 공개매각 시도는 태평양시멘트의 우선매수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행위다"며 매각협의회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아직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은 채 현재진행형으로 잠복해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쌍용양회 인수전은 동양시멘트 인수전과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며 "경영권을 확보하기엔 지분이 다소 부족하고 태평양시멘트와 소송전도 부담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쌍용양회를 인수하면 단번에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건 분명하다"며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