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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니아들의 가슴이 다시 한 번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4일 남양연구소(경기도 화성시 소재)에서 자사의 차량과 경쟁차량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2015 R&D 모터쇼'를 개최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이번 모터쇼는 오는 17일까지 진행된다.
R&D 모터쇼는 현대·기아차 소속 연구원들이 경쟁 차종을 직접 보고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기획됐으나 해를 거듭하면서 1·2차 협력업체를 위한 상생 협력의 장으로 바뀌면서 점차 대상범위가 일반인에게도 확대됐다.
직접 비싼 수입차량의 부품을 뜯어볼 수 있고 한꺼번에 다양한 차량을 관람해 관련 기술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해에는 1만여 명이 관람객이 이 모터쇼를 찾았다.
기자도 지난 14일 현대·기아차의 'R&D 모터쇼'를 다녀왔다. R&D 모터쇼는 일반 모터쇼와 다른 부분이 많았다. 차량을 전시하고 관련 오락시설 등이 갖춰졌다는 점은 닮았지만 전시장은 일반 모터쇼와 다른 R&D 모터쇼만의 특색이 묻어 나왔다.
이에 기자는 R&D모터쇼가 일반 모터쇼와 어떤 면이 다른지 또 R&D모터쇼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
◇ 차의 옷을 벗기자…다양한 차량 밀착 체험
한 협력업체 연구원이 전시 차량으로 다가가더니 후드를 열었다. 그러더니 엔진 등 부품 이것저것을 만져보기 시작했다. 일반 모터쇼에서는 차량이 손상될 것이 우려돼 차량 곳곳을 살펴보는 것이 제한돼 있지만 이곳에선 예외였다.
이처럼 현대기아차 R&D 모토쇼의 가장 큰 특징은 직접 만지고 뜯어보고 열어보는 모터쇼라는 것이다. R&D 모터쇼는 차량의 곳곳을 살펴보라고 만들어진 자리이기 때문이다. 보고, 듣고, 만지며 체험하는 이색 모터쇼인 셈이다.
일반 모터쇼가 앞으로 나올 신차들의 디자인과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면 R&D 모터쇼에는 신차들의 내연기관이나 부품 등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시된 차들의 후드가 대부분 열려 있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람객들은 이번 R&D모토쇼를 통해 전시차량 총 92대의 내부 모습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특히 쏘나타 가솔린, 전기차 쏘울EV 등 일부 차량은 엔진룸과 차 구조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절개된 채 전시돼있다. 실제로 엔진변속기 대신 전기모터가 자리잡고 있는 엔진룸과 차제 바닥에 장착된 고전압 배터리팩까지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석갑 현대차 책임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R&D 모터쇼는 완성차뿐 아니라 절개차량까지 전시해 해외 우수 업체의 제품 기술을 현실감 있게 확인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 동일 차급별 다양한 차종을 한 눈에
R&D모터쇼는 아우디 A8,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등 최고급 모델부터 포드 피에스타, 혼다 피트 등 소형차까지 차급별로 구분해 전시공간이 꾸며졌다.
이에 전시장은 구역마다 △라지존 △럭셔리존 △컴팩트존 △스몰존 등으로 구성돼 경소형과 준중형, 중대형, 대형, 레저용차량(RV), 상용 등 각 부문별로 체계적으로 준비됐다. 이 또한 브랜드별로 전시된 일반 모터쇼와 다른 부분이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스몰존에는 △모닝 △i20 쿠페 △허슬러 △피에스타 △폴로 등 총 12종의 경소형차, 컴팩트존에는 △아반떼 △K3 △마쯔다3 △시빅 △308 등 총 10종의 준중형차, 라지존에는 △K5 △말리부 △임팔라 △A5 등 11종의 중대형차, 럭셔리존에는 △에쿠스 △K9 △A6, △750Li △E220 등 총 9종의 고급차, 레저존에는 △크레타 △투싼 △비토 △이퀴낙스 △QM3 등 23대의 레저용차가 전시돼 있다.
따라서 같은 차급의 다양한 브랜드의 차량을 한 눈에 비교 분석해볼 수가 있다.
남양연구소 차량분석연구원은 "연구소에 있는 수입차만 현재 500대가 넘는다"라며 "연구소도 부서별로 200여개 팀으로 나눠져 있는 만큼 이번처럼 한 곳에서 차급별로 모아놓고 차량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 레이싱걸보단 연구원
현대기아차 R&D 모터쇼에선 연구원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차량과 부품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직원들이 해당 제품을 설명해준다. 이에 따라 좀 더 상세하게 차량 특장점과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 또한 레이싱걸을 내세운 일반 모터쇼와 다른 점이다.
일반 모터쇼는 레이싱모델들의 몸매와 의상이 화제성을 띠며 핵심인 자동차보다 더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이에 매년 모터쇼가 열릴 때면 '모터쇼' 아닌 '모델쇼'라는 비난이 이어져 왔다.
반면 R&D모터쇼에선 포토존을 제외한 모든 구역에 연구원들을 배치해 관람객들이 자동차의 본질과 문화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오석갑 책임연구원은 "일반 모터쇼는 대중적인 측면이 강하다"라면서 "R&D 모터쇼는 새로운 발상의 장, 다양한 차량 밀착 관찰. 기술적 관점에서 차량 관심 고취 등 대중성과 학술성을 고루게 잡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