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실적 추세로는 실탄 마련 역부족, 일감몰아주기도 제한 대형 M&&, 신사업 추진 등 사업구조 개편해 깜짝 이벤트 시도할 듯
  • ▲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부회장(사진)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향후 현대글로비스 주가 띄우기에 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이지만, 현재 순환출자 고리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하나도 없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제고시켜 주가를 띄워야만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많이 상승할 수록 경영권 승계 작업이 임박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추이가 경영권 승계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얘기다. 현대글로비스가 조만간 굵직한 M&A나 신사업을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에 이어 현대차그룹도 경영권 승계 작업이 점차 본격화될 조짐이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면서 뉴 삼성물산을 출범시키고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가 됐다. 이건희 회장이 아직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이 사실상 마무리 돼 가고 있다.

     

    결국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도 정몽구 회장이 정의선 부회장한테 바통을 넘겨줄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정 회장 역시 78세의 고령이고, 최근 롯데그룹 사태를 지켜보면서 경영권 승계 시기와 방법에 대해 적잖을 고민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은 크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돼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1.44%(316만주), 기아차 1.74%(706만주), 현대글로비스 23.29%(873만주), 현대엔지니어링 11.72%(89만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주식은 하나도 없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법이 유력하다. 결국 정 부회장의 안정적인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경영권 승계의 핵심이다.

     

    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할 시나리오는 크게 2가지다.

     

    우선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한 후에 3개사의 투자부문만 합쳐서 지주사를 만드는 방법이다. 현대차홀딩스(가칭)가 만들어지면 이후에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현물출자하거나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정 부회장이 지주사의 최대주주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를 제고시킨 후에 현대모비스와 현물출자 또는 스왑 또는 합병하는 것이다.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가 된 후에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를 각각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누고 투자부문만 합쳐 현대차홀딩스를 만드는 방식이다.  

     

    결국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 2월까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잔여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락이 걸려 있다”며 “그동안에 현대글로비스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려서 지주사와 합병하는 것이 정 부회장이 가장 유리하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A 증권사 연구원은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 주가를 제고시키는 것이 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며 “당장 현대글로비스 주가를 반등시킬 모멘텀은 없기 때문에 M&A나 유코카캐리어와의 배선권 조정 등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향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모멘텀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글로비스 주가 띄우기와 동시에 합병대상에 대한 주가를 상대적으로 떨어뜨리는 움직임도 보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현대글로비스가 주가 부양을 위해 수주 계약 관련 공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며 “합병 대상이 될 현대모비스 또는 현대차홀딩스 주가를 상대적으로 떨어뜨리는 방법도 추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투자부문만 합친 지주사이기 때문에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로써 그 의미를 제한할 경우 주가가 낮게 평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도 삼성처럼 합병 비율을 놓고 고민을 많이 할 것”이라며 “합병 시기와 관련해서도 성수기와 비수기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대글로비스는 전거래일과 같은 22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년 사이에는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31만원대를 찍은 이후 20만원대 초충반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