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국토·유기준 해수 장관, 취임 7개월여 만에 나란히 국회 복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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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9일 국토교통부 장관에 강호인 전 조달청장, 해양수산부 장관에 김영석 현 차관을 각각 내정했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이끌었던 국토부와 해수부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국토부는 유일호 장관에 이어 차기 내정자도 국토부와 관련한 비전문가에 해당한다며 당혹해 하는 느낌이 역력하다. 반면 해수부는 역대 4번째 내부 승진자가 배출돼 잔칫집 분위기다. 업무의 연속성은 물론 전문성까지 겸비해 해수부 위상 정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국토부 "이번에도 비전문가" vs 해수부 "내부 전문가 승진"
강 국토부 장관 내정자는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기재부 공공정책국장, 차관보, 조달청장을 역임했다.
정통 경제 관료로 거시 경제뿐만 아니라 미시 전반에 대해서도 통찰력과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부 일각에서는 강 내정자가 정작 국토부 주요 업무에 해당하는 주택·건설, 교통 분야에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강 내정자가 2010년 5월 재정부 차관보로 승진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이바지했지만, 주로 당시 고물가에 대응하는 물가대책 등을 추진해 왔다는 것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개각에 대한 조짐이 있어 유의 깊게 살폈는데 국토, 교통과 관련해 어느 정도 식견이 있는지는 미지수"라며 "유일호 장관도 조세 전문가로서 업무를 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일부 부서에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개각 얘기가 흘러나왔을 때 유임 가능성이 가장 큰 각료로 유일호 국토부 장관이 거론됐었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유 장관 유임 가능성에 직원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유 장관이 업무에 빠삭하지 않아 업무 부담이 적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해수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김 해수부 장관 내정자는 해수부 업무에 환하다고 평가받는다. 김 내정자는 행시 27회 출신으로 해운항만청과 해양정책국 등을 거쳐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지냈다. 지난해 8월부터 해수부 차관을 맡고 있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업무·조직·사람·분위기 등을 두루 알고 있어 기존 국정과제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할 적임자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내부 승진 사례로 조직 구성원 사기 진작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이항규, 최낙정, 강무현 전 장관에 이어 역대 해수부의 4번째 내부 승진자가 될 전망이다.
해수부 다른 관계자는 "실무형 장관으로 업무 추진력에 있어선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국장 시절에도 밤늦게까지 남아 업무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고 일부는 벌써 농담으로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고 전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오후 해수부 기자실에 들러 "해수부 장관으로 내정된 데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해수부가 기존에 추진해온 정책들은 그동안 유기준 장관을 비롯해 해수부 전 직원이 잘 왔듯이 그 연장 선상에서 잘 추진해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토·해수부 정치인 출신 장관, 7개월 만에 나란히 하차
유일호 국토부 장관과 유기준 해수부 장관은 이날 개각 발표로 7개월 만에 나란히 국회로 돌아가게 될 전망이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면 사퇴 시한이 내년 1월이지만, 예상보다 빨리 장관직을 내려놓은 셈이다.
두 장관은 취임할 때부터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아 단명 장관이 될 거라는 우려 속에 업무를 시작했었다.
유일호 장관은 조세 전문가로서 서민 주거 안정 등과 관련한 부동산 대책 등을 활발히 내놓기보다는 기존 발표한 정책들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데 역점을 둔 관리형 장관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3법 등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령이 국회를 통과하고 부동산 정책의 안정적인 추진으로 시장이 활기를 찾는 데 이바지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유기준 장관은 취임 이후 낚시 어선 돌고래호 등 각종 사고에도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 균형 감각 있게 해수부 업무를 봐왔다는 평가다.
해수부 관계자는 "세월호 후속대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잡음이 있었고 크루즈 산업 육성과정에서 내국인 카지노 출입 문제가 불거지는 등 일부 역점 사업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해수부 조직을 안정시키고 업무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등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은 측면은 긍정적이다"고 부연했다.
한편 유기준 장관은 지난 16일 해수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취 문제와 관련해 "계절이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고 말해 개각이 임박했음을 우회적으로 알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