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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올해 초 까지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던 조선사 대우조선해양이 침몰 위기 직전까지 내몰렸다.
지난해 경쟁사들이 해양플랜트 공사 지연 등으로 수 천억 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적자를 쌓을 때 이 회사는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경영진이 경영을 특출나게 잘한 것도 아니었고, 이 회사 기술력이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준의 것도 아니었다.
아직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고의가 됐든, 과실이 됐든 간에 그저 부실을 숨겨왔기 때문이다.
제때 손실을 반영하지 않은 후폭풍은 생각 이상으로 거세다. 올 상반기 해양플랜트 부실 등으로 이미 3조2000억원대 대형 적자를 토해냈지만, 올 말까지 2조원 이상의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는 것이 이 회사 실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 측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강도 높은 대우조선 자구계획안을 만들어 놓고,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자금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점이다.
채권단은 당초 유상증자와 출자전환 등을 통해 늦어도 다음주 까지는 4조원 이상의 유동성 지원 등 대우조선 실사 결과 및 지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사실 대우조선 자체적으로 임원 및 부장급 인원 각 30%를 회사에서 내보냈고, 골프장과 본사 사옥 등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음에도 채권단 측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경영정상화 전까지 임금 동결, 인건비 절감과 함께 노조가 쟁의 행위를 벌이지 않겠다는 약속 등을 주문하고 있다. 추가적인 인력 조정 등도 충분히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제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 속도는 노조의 손에 달렸다. 이 회사는 유동성 지원이 정말 절박한 상황이다.
최근 높아진 부채비율 탓에 수출입은행으로 부터 선수금환급보증(RG)도 제대로 지원 받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 직원들 월급이 제 때 나오지 못할 상황 까지 벌어졌는데, IMF때도 없었던 일이라고 한다.
사실 노조는 회사 조기정상화에 모든 힘을 보탤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최근 배포하기도 했다. 당초 12만원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소규모 쟁의행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결국 회사 사정을 감안해 동결 수준으로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인력조정 칼바람과 기약 없는 임금 동결을 수긍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하루 빨리 위기에서 탈출하는 것이 회사가 살고 결국 구성원들이 사는 길이다. 노조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