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가치 하락과 면세점 등 사업계획 차질 우려"
  • ▲ (왼쪽부터)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롯데그룹
    ▲ (왼쪽부터)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롯데그룹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이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지난해 말에 벌어진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해임 이유를 둘러싸고 서로를 음해하는 비방과 폭로전으로 치닫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일본 롯데의 모든 직위에서 해임된 사유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측은 22일 한 언론사를 통해 신 전 부회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정보통신기술(IT) 업체에 투자를 했다가 10억엔의 손실을 보고 신격호 총괄회장이 분노해 해임을 가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일본 롯데홀딩스가 왜곡된 정보로 자신을 음해했다고 비판했다.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은 22일 "10억엔 투자 손실이 났다는 IT 시스템은 현재 일본 롯데에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지난해 가을 일본 코카콜라에까지 판매된 시스템"이라며 "개발 후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다른 기업으로의 판매에 따른 이익도 보게 된 성공적인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동주 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던 신동빈 회장이 30만 달러의 승인을 받지 못한 부분을 부풀려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IT시스템 개발에 10억엔을 투자해 손실을 봤다고 음해했다"며 "신 회장의 이러한 음해가 바로 현재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롯데측은 신 전 부회장이 해임된 것은 심각한 경영상의 과오 때문이라며 신 전 부회장의 음해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때문에 그가 이사회는 물론이고 종업원 지주회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이 제시한 "예전처럼 일본은 내가, 한국은 동생이 맡기를 바란다"는 '원상복구' 타협안에 대해서는 진실을 숨기고 국민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경영권 분쟁재발에 사업차질 우려··· '흔들리는 롯데'
      신동주의 언론플레이로 기업 이미지·신뢰성 급추락

    진실공방이 격화되자 재계는 롯데그룹의 전근대적 경영방식이 또다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명령하면 이사회가 이를 그대로 실행하는 구시대적 경영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총괄회장의 말 한마디가 기업의 체계적인 의사결정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신 전 부회장 대해선 부친을 앞세워 과도한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지적이 오갔다.

    얼마 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건강검진' 여부와 관련해 신 전 부회장 측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부친의 건강을 염두한 신 전 부회장이 '건강설'을 여론전에 활용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밝힌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여론은 "고령의 총괄회장을 여론에 이용하면 안된다"며 그를 비난했다.

    앞서 신 전 부회장측은 지난 19일 부친을 모시고 서울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으며 건강하다는 결과를 듣고 집무실로 복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병원은 21일 신 총괄회장이 병원에 온 것은 사실이지만 상담 외 건강검진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신 전 부회장에 대한 평가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 계속 말을 바꾸는 듯한 발언을 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능력의 성과 차이도 큰 데다 거짓 주장까지 해 더이상 신 전 부회장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앞으로의 신 전 부회장 쪽 얘기나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이 얼마나 신뢰성이 있을지도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두 형제 간의 경영능력 성과를 비교하면  2013년을 기준으로 신 회장이 한국에서74개 계열사에 83조 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일본롯데를 지휘한 신 전부회장은 37개 계열사에 매출도 5조7000원에 불과하다.

    아울러 재계는 두 형제 간의 다시 시작된 분쟁이 그룹의 브랜드 가치 하락과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일정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올 연말 만료되는 시내면세점 이슈가 시급한 상황에서 분쟁의 장기화가 피해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는 현재 정서 회복과 이미지 개선을 위해 경영투명성 및 기업문화 개선, 사회기여확대 등 신 회장이 내세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치졸한 폭로전으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 롯데그룹의 기업 가치와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또 다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면세점 사업이 실패하면 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근간이 되는 호텔롯데 기업공개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 회장으로선 '잡음'에 흔들리지 않고 경영에 집중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