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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해 모든 직위에서 해임된 이유를 둘러싸고 이사회 승인 없이 정보통신기술(IT) 업체에 투자했다가 10억엔(약 95억원)의 손해를 본 것이 주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홀딩스 측의 고위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신 전 부회장은 중대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규범 준수) 위반'으로 지난해 12월 일본 롯데의 모든 직위에서 해임됐다"고 알렸다.
이 관계자는 상품정보 관리 시스템 개발을 위해 신 전 부회장이 지인이 운영하는 한 소규모 IT 시스템 개발업체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이 투자 안건이 이사회에 보고됐을 때 사업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 위험 부담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에 따라 이사회는 투자액에 상한선을 두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이사회가 정한 예산을 초과해 투자했을 뿐 아니라 이사회 결의와 사내 승인 없이 스스로 초과분에 대한 예산 품의를 결재했다.
하지만 약 10억엔의 금액이 손실됐고, 이 같은 사실은 일본 롯데 사내 감사에서 적발돼 이사회에 보고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서울 롯데호텔 집무실로 신 전 부회장을 불러 일본 롯데 임원직을 모두 그만두라고 직접 지시했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이 해임 통보를 받고 나오면서 만난 일본 롯데 관계자에게 "해임됐다"고 말한 부분이 일본 롯데 임원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부터 이틀 후 신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의 상무 이상 임원 5명도 서울로 불러 신 전 부회장을 모든 직위에서 해임하라고 지시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26일 임시 이사회에서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직에서 한꺼번에 해임됐다. 이어 올해 1월 8일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도 전격 해임됐다.
일본롯데홀딩스 고위 관계자는 "금액보다 절차의 문제"라며 "신 전 부회장이 회사에서 필요한 절차를 완전 무시하고 본인 마음대로 투자를 승인한 게 문제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