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반격카드' 모두 아버지에만 크게 의존
  • ▲ (왼쪽부터)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롯데그룹
    ▲ (왼쪽부터)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롯데그룹



    잠잠했던 롯데의 경영권 다툼이 최근 다시 불붙은 가운데 지난 19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비서실장 해임' 문제를 두고 형제간의 양 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통보한 비서실장의 해임 건에 대해 롯데그룹은 인사규정없이 롯데 직원이 아닌 외부인으로의 교체는 각종 부당행위라고 주장한 반면,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는 총괄회장이자 롯데그룹의 창업주에 대한 정면 반박이라며 맞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SDJ 코퍼레이션은 이른 아침 공식자료를 통해 "신 총괄회장이 전날인 지난 19일 오후 7시 30분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일민 전무를 직접 불러 공식적으로 해임을 통보했다"며 "롯데그룹 이 전무는 통보를 받은 후 같은 날 집무실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 전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8월 김성회 전무의 뒤를 이어 새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집무실을 장악하기 위해선 자신에게 유리한 인력배치가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새 비서실장에 전 법무법인 두우의 나승기 변호사를 임명했다.

    이 같은 태도에 롯데그룹은 곧바로 퇴거를 요구한 공식자료를 배포하며 신 전 부회장에 경고조치를 취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신 전 부회장 측이 총괄회장 비서실과 집무실을 사실상 점거하고 벌이는 위법행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며 "호텔롯데를 통해 지난 19일 전원 자진 퇴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비서실 직원 전원 교체를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상주시킨 인력들은 롯데 직원이 아닌 외부인들로 관련 법규나 회사 인사규정에 따라 채용되거나 인사발령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회사의 업무공간인 롯데호텔 34층에 상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이 통보에도 무단으로 출입하거나 체류할 경우 즉시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력 대응했다.

    롯데그룹은 롯데물산의 업무보고 시에도 경영관계자가 아닌 자에 대한 영업비밀 제공 등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집무실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을 외부인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계열사 업무보고 등 롯데의 중요한 경영 관련 회의에 배석하는 것을 '부당행위'라고 간주한 것이다.

    롯데그룹의 이 같은 답변에 급기야 신 전부회장은 부친을 거론하며 "퇴거 요구는 신 총괄회장의 뜻에 반하는 것으로 신 회장 역시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뜻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맞받아쳤다.

    분쟁이 불거지자 이날 롯데그룹은 오후 4시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를 앞세워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 퇴거명령'과 관련한 회사 측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전달했다.

    송 대표는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로비에서 '34층 총괄회장 집무실 외부인 퇴거 통보' 설명회를 열고 "회사직원도 아닌 정체도 알 수 없는 사람들 다수가 들어와 롯데호텔에 무단으로 진입해 점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어제 내용증명도 보내고 직접 통지도 했는데 여전히 퇴거를 하고 있지 않고 있어 총괄회장 및 회사 직원인 비서팀을 제외하고 외부인들은 모두 퇴거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불응시 민·형사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1일 신 전 부회장 측은 송 대표가 발표한 내용을 반박하는 공식자료를 배포하며 단호히 거부하는 입장을 보였다. 

    SDJ 코퍼레이션은 "총괄회장의 점유 관리하에 있는 34층에서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라 근무하거나 승낙을 받아 출입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행위"라며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른 직원들의 근무와 출입을 방해하면 민·형사상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역공했다.

    또 "신 총괄회장의 신임 비서실장은 개인적으로 채용한 것으로 롯데호텔 직원이 아니기에 (롯데그룹의) 인사규정에 따를 이유가 없다"고 알렸다.

    두 형제 간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자 재계는 집무실을 장악하기 위한 양측이 감정 싸움으로 번진만큼 각자의 명분 내세우기에 급급한 모습이란 지적이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의 재반격이 신 회장에게 갈수록 불리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은 여전히 고령인 부친을 이용, 후계자의 자리만 탐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카드는 모두 부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현재 그의 자신감도 부친을 앞세워 누구든 해임할 수 있다는 권력 남용으로 비쳐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다툼에만 매달릴 뿐 후계자로 최종 결정되기까지 당사자가 보여야 하는 책임감은 역부족하다"면서 "롯데가 면세점을 따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최대주주가 자신의 기업에 흠집을 내는 것을 보면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은 전혀 없어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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