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집행부 물갈이에 교섭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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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봉균의 오토카페] 미국 1위 업체 GM(제너럴모터스)이 강성으로 유명한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임금단체 협상 타결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는 파행을 거듭하며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UAW는 앞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극적인 임단협 타결을 끌어내며 '라인 스톱'이란 파국은 면했다. 이같이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도 자동차 산업 노조가 사측과 생존을 위한 협력·상생코드로 급선회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노사관계는 이같은 글로벌 체제 대응에 역주행하고 있다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UAW는 GM과 지난 25일 4년간의 임단협 잠정안에 합의하고 이달중 최종 타결을 앞두고 있다.  또 이달초 크라이슬러와도 합의에 성공하면서, UAW가 새로운 노사 관계를 토대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GM은 이번 임단협 합의로 향후 직원간 임금 격차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GM은 2007년 임금단체 협상에서 이전 입사자와 이후 입사자에게 차등적인 시급을 적용하는 현 이원화된 보수체계를 일원화해 일자리 나누기와 회사 수익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전략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미 노조는 많이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생존이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UAW 소속 근로자 4만명이 한꺼번에 파업에 나서면 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해 GM뿐만 아니라 미국 자동차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었다"며 임단협 합의에 안도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메카' 디트로이트의 파산을 목격한 UAW의 노선 선회와 "무조건 더 달라"는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의 모습은 대조적이다.

  • 현대차는 입단협 난항으로 노사 갈등이 올해 안으로 봉합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경훈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 임기만료로 새 집행부를 꾸리고 재교섭에 나서는 데 연말 이후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부터 9월22일까지 29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지난달 23일 "올해 임단협에 진전이 없다"며 3일 연속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회사는 연속 파업에 1만800여대의 생산차질로 약 223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새집행부 선정을 놓고 노-노 갈등도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기존 임단협을 이끌었던 이경훈 노조위원장이 속한 '현장노동자회'가 중도실리 노선이라면, 차기 집행부 후보로 나선 '금속연대' 등이 강성이라 만만치 않은 갈등구조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통상임금, 임금피크제를 놓고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며 "새 집행부가 들어서도 양보없는 세대결이 불가피해 임단협 교섭이 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8일 차기 집행부 선출 결선 투표를 실시했다. 이달 말 신규 집행부를 꾸려 사측과의 임금협상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노조 행보가 올해 연대 활동을 전개한 현대차 노조의 차기 집행부 입성에 일정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 임단협 타결 역시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울산공장장)은 올해 임단협과 관련 "우리가 얻을 것과 잃을 것’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며 "수입차 공세와 엔저로 인한 국내·외 판매부진과 중국발 세계경제 위기는 엄연한 현실인만큼 가장 위험한 것은 막연한 기대와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지적, 노조의 유연한 입장에 호소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이번에 보여준 GM 등 유력 자동차 기업들의 협력적 노사관계가 발전의 동력"이라고 전제하며 "고비용 저효율의 후진적 노사관계에 머물러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은 발전을 지속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미국 노조는 생존의 위협을 느낀 뒤 변하기 시작했다"며 "한국 자동차 노조도 바닥을 치기 전에 변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단 현대차와 기아차 노사는 새집행부가 들어서는 연말께 막바지 교섭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통상임금 확대적용 문제, 임금피크제 도입 등에 대한 합의점 도출에 집중할 예정이지만, 극적인 타결은 안갯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