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수수료 인하 소식에 밴(VAN·결제중개업체)사들이 좌불안석이다. 카드사들이 수수료 비용을 축소하기 위해 제일 먼저 밴 수수료에 칼을 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밴 수수료는 카드사가 밴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로, 밴사는 카드 조회 및 승인, 매출 관련 전표 매입을 대행한다.

    2일 새누리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 방안'을 마련, 연내에 여전업감독규정 개정을 완료해 내년 1월말부터 인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 방안에 따르면 우선 연매출 2억원 미만의 영세 가맹점들과 연매출 2억원 이상 3억원 미만인 중소가맹점들의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은 종전 1.5%, 2.0%에서 각각 0.7%포인트씩 인하된 0.8%, 1.3%를 적용받게 됐다.

    또 연매출 10억원 이하인 일반가맹점들은 마케팅 비용 부담 완화를 반영, 수수료율을 약 0.3%포인트 인하해 평균 수수료율을 2.2%에서 1.9%로 낮출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아울러 현재 카드사에서 자율적으로 운영 중인 수수료율 상한선을 현행 2.7%에서 2.5%로 0.2%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 측은 카드 가맹점들이 연간 67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다. 윤창호 금융위원회 중소서민금융정책국장은 "전체 가맹점의 97%에 달하는 전국 238만개 가맹점들이 약 0.3~0.7%포인트의 수수료율 인하 혜택을 받게 됐다"며 "따라서 영세·중소 가맹점 4800억원, 일반가맹점 1900억원 등 연간 가맹점들이 부담하는 수수료는 약 6700억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방안에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우선적으로 밴사에 지급하고 있던 수수료를 줄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카드사들은 카드 결제 건당 지급하는 밴 수수료를 금액에 따라 일정 비율로 지급하는 정률제로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밴 수수료를 포함, 다양한 방면에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표 매입 과정이 생략되는 5만원 이하의 무서명 거래도 정부는 확대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카드사와 가맹점 간에 별도의 계약을 맺어야만 무서명 거래를 할 수 있지만, 향후 카드사의 통지 만으로 가능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정부는 이번 수수료 인하 방안을 마련하면서 원가 산정할 때 미래의 밴수수료도 반영했다. 그동안 밴사들이 대형가맹점의 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무리하게 리베이트 경쟁을 벌이면서 밴수수료는 수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는데 앞으로는 이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윤창호 국장은 "이번 방안은 '원가 기반 수수료 산정 원칙'에 따라 지난 2012년 이후의 원가 감소 요인을 반영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한 것"이라며 "카드 결제 시장은 크게 '카드사-밴사-소비자'로 구성돼 있는데, 중개업체 비중이 줄어야 저렴하고 합리적인 수수료를 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밴사가 과거 취해왔던 이익은 다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시대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와 카드업계가 지난 2012년 원가를 바탕으로 수수료율을 매기는 새로운 수수료 산정 방식을 도입하고 3년에 한 번씩 원가를 재산정하기로 함에 따라 이번 수수료 인하 방안이 나온 것인데 그동안 수익이 늘었다는 판단이다. 신진창 금융위 중소금융과장은 "신용판매 규모 증가로 수수료 수입이 증가 추세"라며 "이에 따른 당기순이익도 2012년 1조3000억원에서 2013년 1조7000억원, 2014년 2조2000억원, 올 상반기에는 1조1000억원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신용카드밴협회 관계자는 "카드사들 입장으로선 당장 손쉽게 줄이기 쉬운 비용이 밴사들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이기 때문에 당연히 밴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2012년 카드수수료 인하 이후 카드결제 시장이 팽창하면서 현금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이 온 덕분에 연 매출 6000억원은 안되지만 수익이 줄어들지 않고 현재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그 때 당시에도 결제시장은 포화상태라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지만, 카드사들은 지금까지의 성장을 이뤄냈다"며 "그러나 카드사들과 상황이 다른 우리로썬 미래 상황을 담보로 수수료 인하를 요구받을 게 뻔하기 때문에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