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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빠르면 이달 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의 우려와 달리 실적 부진에 대한 질책성 물갈이 인사는 없을 것으로 확실시 된다.
하지만 기업 고객을 겨냥한 B2B(기업 대 기업)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의 인사 또는 조직개편이 강도 높게 이뤄질 전망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코앞으로 다가온 연말 임원인사에서 사장단 교체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4대 사업본부장이 전부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조준호 MC 사업본부장(사장)과 TV를 맡고 있는 권봉석 HE 사업본부장(부사장)의 경우 지난해 말 새 수장으로 부임했다. 새 명함을 손에 쥔지 1년이 채 안 됐기 때문에 실적 악화에 따른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성진 H&A 사업본부장(사장) 역시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조직의 사령탑을 맡았다. 지난해 11월 냉장기·세탁기를 생산하는 HA 사업본부와 에어컨 사업을 펼치는 AE 사업본부가 합쳐지면서 조 사장이 총괄 사장 직함을 얻었다.
더욱이 그동안 LG전자 전체 사업부문 중 사실상 생활가전만 유일하게 제몫을 다하고 있어 조 사장의 교체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자동차부품 사업을 펼치고 있는 이우종 VC 사업본부장(사장)도 실적 면에선 남부러울 게 없다. 지난 2013년 7월 공식 출범한 LG전자의 막내 사업본부지만 불과 2~3년 만에 관련 분야 정상궤도에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긋고 있다.
LG전자는 VC 사업본부가 오는 2020년까지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거취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구본무 회장의 나이가 만 70세가 넘으면서 LG의 경영승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장자상속의 가풍을 따르기에는 구광모 상무의 나이가 38세에 불과해 경영수업이 끝나는 시점까지 구본준 부회장이 잠시 바통을 이어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과 LG전자의 실적 악화라는 악재와 맞물려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새어나고 있다.
우선 실적을 바탕으로 한 이 같은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구 부회장 빈자리를 꿰찰 만한 새 얼굴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8%나 감소했다. 매출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 일 년 전과 비교하면 4.7% 줄었다.
현재 LG전자는 전체 수익 중 80% 정도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때문에 LG전자의 해외사업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야가 뒷받침 돼야만 총사령관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현재까지는 구 부회장에 버금가는 경험을 갖은 경쟁자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전자업계 전체가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 부진의 화살을 모두 구 부회장에게만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구 부회장이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한 올레드(OLED) TV와 자동차부품 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구 부회장의 입지가 더 단단해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회장으로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LG그룹 차원에서 구 부회장의 회장 승격을 주제로 논의를 진행했었으나 최근 없던 일로 정리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인사에서의 관전 포인트는 B2B 사업 비중 확대다.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B2C 사업이 정체기로 접어들면서 B2B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구본무 회장도 지난달 "변화하는 환경에 맞지 않는다면 근본적이고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며 큰 폭의 사업구조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LG전자는 이미 자동차부품과 빌트인 가전, 에너지사업 등 중심으로 B2B 사업 육성 준비를 마쳤다. 특히 자동차부품의 경우 사업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도 검토하는 등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전자의 실적이 좋지 않다 보니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평소 '인위적 구조조정 배제'를 강조한 구본무 회장의 경영방침에 비춰보면 대규모 경질과 같은 뜻밖의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