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케어 종목 제외한 제조업 등은 시장서 줄줄이 '쓴맛'작년 신규상장 기업수 이미 넘었지만 막판 부진
  • 올해 증시에 새롭게 입성한 기업이 이미 작년의 총 신규 상장 기업수를 넘어섰지만, 4분기들어서는 IPO(기업공개)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분기 들어 IPO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들이 투자자 확보 실패에 따른 상장연기 사례가 늘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은 여전히 선전 중이지만 제조업은 고전하고 있다.


    오는 2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앞두고 있던 태진인터내셔날은 지난 13일 공시를 통해 상장 신청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루이까또즈'로 유명한 패션기업 태진인터내셔날 측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 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공모를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하반기 공모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던 곳 중 하나였지만, 막상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도가 낮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에는 4년만의 중국기업의 국내증시 상장이 무산됐다. 내달 상장이 예정됐던 중국 기업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홀딩스(이하 크리스탈신소재)가 상장을 내년 초로 연기했다. 회사측은 "얼어붙은 공모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 일정을 연기한다"며 "올해 3분기 실적에 대한 회계법인 검토보고서를 첨부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상장을 재추진 하겠다"고 말했다.


    상장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기관 수요예측 결과 크리스탈신소재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에 부합하는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판단해 발행사와 협의해 상장 일정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내년 2~3월쯤 재상장할 전망이다. 


    선박 기자재업체 세진중공업의 경우 지난 9월 한 차례 상장 실패 이후 공모 규모와 가격도 대폭 낮췄다. 공모희망가를 3500~3900원으로 지난 9월 대비 10~20% 정도 내린 끝에 결국 공모가가 희망 밴드 최하단인 3500원으로 확정됐다. 증시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 조선업 까지 극도로 위축돼 있는 상황 속에서 증시입성까지 많은 난관을 겪은 것이다.


    이처럼 국내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IPO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기업은 여전히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청약 미달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다수 기업이 IPO일정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상장 이후 주가 성적도 신통치 못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헬스케어 종목을 제외하고, 올해 상장한 30여개 종목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며 "올해 불었던 IPO 열풍 역시 바이오·헬스케어를 빼면 껍데기에 불과할 정도로 극명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20일을 기준으로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모두 126개사로, 지난해에 총 107개사가 상장한 한 것과 비교하면 IPO시장은 전년대비 눈에 띄는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현재 상장 청구서를 제출했거나 심사가 승인된 기업이 50개사가 넘기 때문에 올해 170개 기업을 신규 상장시키겠다는 한국거래소의 목표달성은 긍정적이다.


    특히 호텔롯데가 다음 달에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내년 2월 상장을 목표로 한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어 잠시 주춤하고 있는 IPO시장의 열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