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최대적설량 3㎝ 미만땐 우대권 증정 내세웠지만보상혜택 받을 확률 '사실상 0%'.. 호갱 소비자 양산될수도 업계선 "하나마나한 프로모션으로 생색내기다"소비자단체 "현혹되지 말고 제품 경쟁력 따져 선택을"한국타이어선, 기준선 3cm이유 답변 못하고 "악의 없다" 해명만

  • '혜택인 듯 혜택 아닌' 한국타이어(대표이사 서승화)의 마케팅 장난에 '호갱'(호구+고객)이 양산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타이어가 겨울용 타이어 프로모션을 위해 자신있게 내놓은 '적설량 보증제'가 고객을 현혹시키기 위한 '꼼수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내달 31일까지 진행하는 '겨울용 타이어' 판촉 프로모션을 통해 '적설량 보증제' 혜택을 선보였다. 이 보증제는 올 겨울 최대 적설량이 3cm 미만일 경우 자사의 겨울용 타이어를 4개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타이어 우대권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이다. 적설량은 지역별 기상청 발표를 기준으로 하며, 타이어 우대권은 17인치 초고성능 타이어 50% 할인권과 그 외 규격에 대한 30% 할인권이다.

    다시 말해, 수도권·강원도·충청도·전라도·경상도·제주도 등 6개 권역별로 나눠 각 권역에 속한 지역 중 올 12월 말까지 '일일 최대 적설량'(최심 신적설)을 측정한 뒤, 이 중 가장 많이 눈이 내린 지역을 기준으로 최심 신적설이 3cm 미만이면 해당 권역 고객에게 타이어 우대권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 속한 서울, 인천, 수원 등 지역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린 지역을 기준으로 올 12월 말까지 일일 최대 적설량이 3cm 미만일 경우 수도권 고객은 타이어 우대권을 받을 수가 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이번 프로모션에서 다소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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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마나한 프로모션으로 생색내기?…"겉만 화려하고 실속없어"

    하지만, 보상혜택을 제공 받을 확률이 사실상 0%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팀이 기상청의 '2010~2014년 12월 최심 신적설' 자료를 토대로 수도권과 강원도·충청도·전라도·경상도 등 내륙지방 5개 권역의 일일 최대 적설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권역별 최심 신적설이 3cm 미만인 적은 단 1번도 없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도권 지역은 수도권 기상청이 백령도, 서울, 인천, 수원, 동두천 등 7개 지점에서 최심 신적설을 측정한다. 백령도는 2010부터 2014년까지 12월 기준 최심 신적설 평균이 11.1cm로 3cm를 훨씬 초과했다.

    백령도 뿐만 아니라 인천과 수원에서도 매년 최심 신적설이 3cm를 넘어섰고, 서울은 2011년을 제외한 모든 해에 3cm를 초과했다.

    강원도는 측정지점 대관령, 춘천, 원주, 철원 등 6곳 중 4곳에서 매년 12월 최심 신적설이 3cm를 초과했으며, 충청도는 5곳 중 5곳에서, 전라도는 10곳의 지점 중 7곳에서 3cm를 넘었다.

    경상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온난한 기후를 띠고 있는 부산을 제외한 울진, 거창 등 16곳에서 모두 한국타이어가 제시한 기준을 초과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국타이어가 (이번 프로모션에서) 제시한 기준이라면 내륙지방에서 보상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최심 신적설이 아닌 월 평균 적설량으로 따져도 3cm를 초과하는 지역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실제, 벌써부터 '적설량 보증제'의 보상혜택에서 제외된 지역이 속출했다. 이날 기준으로 수원의 최심 신적설은 4.8cm, 천안 4.0cm, 태백 6cm의 적설량을 기록하며 각각 수도권,  충청도, 강원도 지역의 고객은 한국타이어의 '적설량 보증제' 혜택에서 제외됐다.

    반면, 제주도는 예외였다. 제주도는 고산, 서귀포등 총 4곳에서 최심 신적설을 측정한다. 제주시의 2010년12월 최심 신적설은 4.6cm였고, 성산시는 2010년, 2012년, 2014년에 각각 14.9cm, 5.8cm, 4.4cm를 기록했다. 2011년과 2013년에만 제주도 전 지역의 최심 신적설이 3cm를 초과하지 않았다. 만약 지난 5년 간 '적설량 보증제'가 시행됐다면 2011년과 2013년도에만 제주도 고객에게 타이어 우대권이 제공된다.

    하지만 제주도는 원래 적설량이 적어 도민들이 겨울용 타이어를 구매해 장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는 적설량이 적어 겨울용 타이어의 필요성에 대해 느끼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겨울용 타이어 구매하는 개인 고객이 내륙에 비해 현저히 낮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보상혜택을 아무에게도 주지 않겠다는 말이다. 일각에서 이에 대해 "회사는 절대 손해보는 일은 안 한다. 빅데이터 시대에 한국타이어가 프로모션 기획 전 적설량 데이터를 분석해보지 않았겠나"라며 "절대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기준을 정한 눈속임"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소비자는 봉?…고객 현혹시키는 프로모션

    따라서 적설량 보증제는 말만 보상 혜택이지 사실은 고객을 '보상'이라는 꼼수로 현혹시켜 자사의 제품을 팔려는 일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확률상 사측의 리스크는 최대한 줄이면서도 보상혜택이라고 생색은 낼 수 있기 때문에 '꿩 먹고 알 먹기 식'이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소비자는 이익을 취할 때 기쁨보다 같은 비율의 손실이 발생했을 때 받는 고통이 두 배 정도 크다. 본능적으로 이익을 얻기보다 손실을 피하려는 욕구가 강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한국타이어는 혹여 겨울용 타이어를 샀는데 눈이 적게 내리진 않을까 우려하는 고객들의 불안심리를 '보상 혜택'이라는 포장으로 교묘하게 파고든 모양새다.

    이처럼 눈속임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행태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는 프로모션에서 지원과 혜택이 더 많은 제품에 끌리기 마련"이라며 "결국 한국타이어의 이번 프로모션은 '거짓 미끼'로 겨울용 타이어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적설량 보증제는) 소비자를 호도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라며 "꼼수 마케팅에 현혹되지 말고 제품의 경쟁력과 질을 따져봐야한다"고 전했다.

    이어 "진정 고객 만족을 추구한다면 적어도 자사 제품을 구매해준 소비자를 비합리적인 선택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하는 캠페인으로 '적설량 보증제'를 내세운 것이지 그런 의도로 기획한 프로모션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