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당분간 큰 돈 들어갈 일 없다"… 2017년부터 영업익 시현
  • ▲ 생사기로의 STX조선해양에 4500억원이 긴급 수혈될 것으로 보인다ⓒ
    ▲ 생사기로의 STX조선해양에 4500억원이 긴급 수혈될 것으로 보인다ⓒ

     

    생사기로에 놓인 STX조선해양에 4500억원의 추가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STX조선 채권단은 11일 산업은행에서 자금지원여부 결정을 위한 마지막 실무회의를 열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회의에서 청산 보다 존속가치가 더 높다는 안진·삼일회계법인의 정밀 실사 결과를 보고 한 뒤 각 채권기관이 내주로 예정된 내부 논의과정에서 추가 자금지원에 대해 찬성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경남은행 등 일반 시중은행들이 여전히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데 따른 읍소였다.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는 STX조선에 대한 자금지원은 채권액 비율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올 3분기 말 현재 4조2878억의 여신공여액 중 산은(1조8900억)과 농협(8012억), 수출입은행(7066억) 등 국책·특수은행의 여신은 3조3978억으로 80%가 넘는다.

    우리은행(3788억), 하나은행(1089억), 신한은행(963억), 경남은행(300억), 광주은행 (60억) 등은 20%에 그친다.

    산은과 농협, 수은 만으로도 자금지원안은 무난하게 통과시킬 수 있지만 시중은행들의 반대는 고민스럽다. 반대매수청구권을 통해 자금 지원에서 빠질 경우 채권단은 국책 특수은행들만 남게된다. 앞으로 조선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고스란히 국책은행들의 몫으로만 남겨질 공산이 크다.

    산은이 '꼼수'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원액은 신규 여신이 아닌 과거 채권단이 지원키로 결의했다가 지금까지 지급하지 않은 미집행금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채권단은 지난 2013년 4월 자율협약(채권은행 공동관리)에 들어간 후 4조5000억 지원을 약정했으나 이중 4500억은 미집행된 상태다.

    산은은 또 이번 자금은 선박건조 등 운영자금으로만 쓰일 예정이고 추가지원은 없을 것이라며 일반 은행들의 의구심을 달래는데도 공을 들였다.

    은행들은 앞서 STX조선에 1조8800억 가량의 대출액을 출자전환했고, 일반 운용자금으로 4조 가량을 지원하는 등  자율협약 이후 최근까지 6조에 육박하는 자금을 지원했지만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STX조선은 조선업황이 장기 부진에 빠지고 있던 상황에서 무리하게 저가 수주에 나선 여파로 재무여건이 급속히 악화돼 2013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다. 2013년 1조5668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작년에도 3137억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3분기에 영업이익 기준으로 451억의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1조9114억의 자본잠식 상태다. 이 때문에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을 지원하는 것을 놓고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산은 관계자는 "45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면 당분간 큰 돈이 들어갈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이고 기집행된 투자금 중 상당액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채권단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산업은행은 STX조선을 국내가 아닌 중국업체와 경쟁하는 탱커 전문 중소조선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진해조선소와 고성조선소를 각각 축소하거나 분리 개편해 '특화 경쟁'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진해조선소는 선대를 기존 5개에서 2개로 대폭 축소하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5만∼7만t급 탱커선이나 해상 LNG 주유터미널(LNGB)에 특화해 운영하게 된다. 고성조선소는 현재 건조 중인 물량을 모두 인도하는 2017년 초부터는 대형블록 공장으로 기능을 바꿔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하청공장으로 변신한다.

    자율협약 개시 후 올해 10월까지 864명(24.4%)의 인력을 감축한 STX조선은 앞으로 930여명(34%)을 더 줄인다. 이달 중에 480여 명을 먼저 줄인 뒤 2016년 말 이후 건조물량이 감소하고 고성 조선소의 분리 운영이 안정화되면 450명을 더 감축할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 전 임직원의 임금을 10% 삭감하고, 복리후생비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밖에 STX프랑스 재매각을 추진하고, 800억원 규모의 다른 비영업용 자산도 신속히 매각할 방침이다.

    두 달에 걸친 정밀실사를 진행한 산업은행은 사업·인력 구조조정과 수주합리화를 실행하면 2017년부터는 안정적 영업이익을 시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