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CDU 등 석유제품 스톱..."PX 이어 프로필렌유도체 투자 급물살"석화사, 초경질원유정제시설 진출도..."한화 이어, 롯데 CFU 완공 앞둬"
  • ▲ 정유·석유화학 공장 자료사진.ⓒ뉴데일리
    ▲ 정유·석유화학 공장 자료사진.ⓒ뉴데일리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이 새로운 사업으로 '석유화학'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다.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꾸준히 투자해 왔던 고도화 설비나 단순정제 설비 등에 대한 투자 보다는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우선 에쓰-오일(S-OIL)은 석유화학 분야로 진출을 선언하며 5조원을 투자해 2018년부터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프로필렌(propylene)으로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과 산화프로필렌(Propylene OxidePO)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도 석유화학사인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PX(파라자일렌) 원료인 중질나프타(Naphtha) 생산을 위한 콘덴세이트 정제시설을 건설 중이다.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 ▲ 원유 채굴 관련 자료사진.ⓒ뉴데일리
    ▲ 원유 채굴 관련 자료사진.ⓒ뉴데일리

    유가에 따라 수익이 요동치는 불안정한 정유업계가 비교적 안정적인 석유화학 분야에 일부 진출하는 것은 사업 안정성 확보를 위해 바람직한 행위로 보인다.

    하지만 본업인 원유 정제에 대한 투자 보다 석유화학 분야에 투자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새로운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유사가 고도화 설비는 물론 단순정제 설비에도 투자를 멈추고 석유화학 분야로 진출을 모색하는 것은 석유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유사가 단순히 정제를 통한 석유 제품 생산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석유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정유사들의 수익 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며 "이는 셰일가스의 체굴 기술이 발전하면서 저렴한 가스로 인한 석유 제품 인기 하락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셰일가스 체굴 기술이 발달하면서 원유가 차지하고 있던 1등 에너지원 자리를 액화천연가스(LNG)가 넘보고 있다. 과거 고체로 된 탄화수소(석탄)가 액체로 된 탄화수소(원유)로 대체됐고 이제는 기체로 된 탄화수소(LNG, 셰일가스)가 에너지원 시장의 중심에 나오려는 상황이다.

    원유를 수입해 석유 제품을 만드는 정유사들은 LNG와의 점유율 대결에서 원유가 패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설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유사들이 설비 투자 보다 새로운 사업 분야인 석유화학으로 진출을 모색하는 것도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석유 제품과 그 흐름을 같이 한다.

  • ▲ 고도화 설비 자료사진.ⓒ뉴데일리
    ▲ 고도화 설비 자료사진.ⓒ뉴데일리



    주춤한 고도화 설비 더, 주춤한 
    단순정제 설비 투자


    고도화 설비는 원유를 정제해 생산된 저가의 석유 제품을 다시 한 번 정제하는 시설로 고유가에 정유사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다. 국내 정유4사들은 총 12조원 이상을 투자해 고도화 설비를 지었다. GS칼텍스가 5조원, SK에너지가 3조원,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가 각각 2조원씩 투자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하락한 저유가 상황에서 고도화 설비에 대한 투자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지만, 유가가 다시 오를 것을 대비한다면 국내 정유사들의 고도화 설비 투자는 더 필요하다. 

    SK에너지가 16%, GS칼텍스가 34%, 에쓰-오일이 22%, 현대오일뱅크가 36%의 고도화 비율을 각각 유지하고 있다. 세계 6위 정유 강국인 대한민국의 고도화 비율은 24%로 미국(56%)이나 일본(28%)에 비해 아직은 낮다.

    저유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국내 정유사들의 고도화 설비 추가 증설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유가 넘쳐나는 저유가 상황에서 정유사들의 투자 방향은 단순정제 설비 증설로 향한다.

    원유를 정제해 석유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정유사들은 원재료가 싼 상황에서는 적은 원유로 많은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고도화 설비에 투자하기 보다 단순정제 설비를 통해 더 많은 원유를 정제해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09년부터 정유사들의 단순정제 설비 증설은 멈춰 있는 상태다. SK에너지가 121만 5000배럴(인천-울산 2곳), GS칼텍스가 78만5000배럴, 에쓰-오일이 66만9000배럴, 현대오일뱅크가 39만배럴의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후 추가 증설을 하지 않은 상태다.

    이와 달리 석유화학사의 정유사 영역 침범도 시나브로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초경질원유인 콘덴세이트 분해설비 도입이다.

    현재 한화토탈이 PX 제조 및 알뜰주유소 휘발유, 경유 공급을 위해 일일 15만배럴 규모의 CFU를 운영중이며,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손잡고 일일 14만배럴의 CFU 건설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이 시설이 내년 초 완공되면 현대오일뱅크의 정제능력은 39만배럴에서 53만배럴로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