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농협중앙회장 선거전이 조기 과열 양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뉴데일리 DB
    ▲ 농협중앙회장 선거전이 조기 과열 양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뉴데일리 DB


    차기 농협 중앙회장 선거전이 조기 과열되고 있다. 내년 1월12일 치러질 선거에 벌써 6~7명의 후보군이 움직이다 보니 잡음이 불거진다.

    "이번 만큼은 '복마전' 오명을 벗겠다"며 농협은 거듭 공명선거를 거듭 다짐하고 있지만 후보군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우려스러운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농협중앙회 전 노조위원장은 유력한 출마예상자인 이성희 감사위원장을 업무상 배임,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업무 소홀로 농협에 손실을 끼쳤고 허위영농으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했으니 후보 자격 조차 없다는 주장이다.

    당사자인 이 위원장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농협중앙회도 "조합원 자격 여부는 소속 조합의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신중한 모습이다. 이 위원장은 또 무허가 창고를 11년째 매입, 운영해오다 지난 9일 투서를 받은 관할 지자체로부터 계고장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3선의 조합장 출신으로 농협중앙회 이사 등을 지낸 이 위원장은 최원병 현 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잇따르는 잡음의 배경이 예사롭지 않다.

     

  • ▲ 이달 초 6명의 출마예상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공명선거실천을 다짐했다ⓒ제공=농협
    ▲ 이달 초 6명의 출마예상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공명선거실천을 다짐했다ⓒ제공=농협

     

    지난달에는 농협중앙회장 선거 위탁·관리를 맡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예정자에 대한 흑색선전물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경기 지역 7곳의 우체국에서 전국 대의원 292명에게 발송된 불법 유인물은 '○○○ 농협회장 만들기 계략을 고발 한다'라는 제목으로 특정 후보를 타깃으로 삼은 내용이었다.

    선거개입, 인사청탁, 비리사고 등을 3대악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근절방안을 추진중인 농협측도 최근 잔뜩 체면을 구겼다.

    이기수 농협축산경제 대표가 지난 14일 사료업체 뒷돈 의혹으로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면서 전격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대표는 검찰에 소환에 앞서 지난 10일 범농협 CEO 6명과 함께 사내방송에 출연해 중앙회장 선거개입 금지와 인사청탁 근절, 각종 사고와 비리 근절 등에 대한 의지를 밝혔었다.

    '농협회장=검찰행'의 흑역사를 지우겠다며 갖가지 노력을 벌여온 농협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 ▲ 범농협 CEO들은 사내방송에 출연해 선거개입금지와 비리근절 등을 강조했지만 축산경제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로 빛이 바랬다 ⓒ제공=농협
    ▲ 범농협 CEO들은 사내방송에 출연해 선거개입금지와 비리근절 등을 강조했지만 축산경제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로 빛이 바랬다 ⓒ제공=농협

     

    농협중앙회는 10월 중순부터 일찌감치 선거관리본부를 설치해 중앙선관위의 선거관리 사무를 지원하고 공명선거를 위한 임직원 계도에 힘써 왔다. 특히 임직원 선거개입 방지를 위해 '공명선거 종합계획'을 수립해 선거 관련 제한·금지행위를 안내하고 전국적으로 공명선거 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선거인인 대의원 조합장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지도·단속 업무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선거의 주요 일정과 선거운동 방법, 제한·금지행위 등을 담은 전단지를 만들어 전국 지역본부 및 농·축협에 나눠줬다. 중앙회 홈페이지에 '선거게시판'을 개설하고 중앙선관위 신고센터와 자동 연결되는 '부정선거신고센터'도 마련했다.

    이달 초에는 △김병원 ㈜농협양곡 대표이사 △김해권 연예인농촌돕기운동본부 회장 △박준식 관악농협조합장 △이성희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최덕규 합천가야농협조합장 △하규호 김천직지농협조합장 등 입후보 예정자 6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명선거 실천 결의대회도 가졌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일까지 불필요한 행사·회의 개최를 최소화하고 비공식 모임도 최대한 자제하기로 하면서 각종 송년 모임들도 줄줄이 취소한 형편이다. 이런 와중에 시작부터 잡음이 잇따르자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 ▲ 농협 임직원들의 선거중립 실천 결의대회 모습 ⓒ제공=농협
    ▲ 농협 임직원들의 선거중립 실천 결의대회 모습 ⓒ제공=농협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오는 28일과 29일 양일간 후보등록작업을 마친 뒤 30일부터 선거 하루전인 1월 11일 자정까지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가게 된다.

    선거는 조합원 약 235만 명이 선출한 조합장 1142명 중 뽑힌 대의원 291명이 4년 단임의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의원들은 선거 당일 농협중앙회 강당에 모여 후보자 정견 발표를 듣고 투표한다. 대의원 지역별 비율은 영남(32%), 호남(21%), 충청(18%), 경기(16%), 강원(8%) 등 순이다.

    중앙선관위는 조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번 선거와 관련, 허위사실 유포 등의 위법행위와 임직원 선거관여에 대해 '무관용 원칙' 아래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농협 수장이 될 후보, 투표권을 갖고 있는 대의원 조합장, 그리고 달라진 선거문화를 선보이겠다는 농협 임직원 모두의 실천이 더욱 중요한 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