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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아이파크 면세점에 이어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이 문을 열면서 두 사업자가 '손님 모시기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양사 모두 해외 고가 브랜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오픈을 맞이하는 등 황금알을 낳는다던 면세점이 기대와 달리 불안한 첫발을 내딛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신라아이파크 면세점'을 열었다.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을 표방한 곳답게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넓은 매장에서 화장품·잡화·패션 등 400여 개 브랜드를 선보였다. 하지만 개장 당일 문을 연 곳은 전체 3만400㎡ 면적 중 60% 수준에 불과했다. 부분 공사가 진행되는 곳이 많았고 5층 명품관과 7층 토산물 관은 아예 문을 열지도 못했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5개여월의 짧은 준비기간 동안 일부 명품을 제외하고는 여타 시내 면세점에 들어선 대부분의 브랜드를 구성했다"며 "내년 그랜드 오픈에는 총 600여 브랜드가 들어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형 면세점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오늘 프리오픈한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들어선 갤러리아면세점63은 '금빛 여정의 시작'이라는 타이틀로 총 369개의 브랜드를 선보인다. 63빌딩 본관과 별관 그라운드플로어(GF·지하1층), 별관 1·2·3층에 1만153㎡ 규모로 고급 잡화와 화장품·시계·보석 등의 매장이 들어선다.
하지만 이 역시 전체 쇼핑공간의 60%만 개장한 모습이다. 특히 화장품 외에는 명품브랜드가 아예 없는 셈으로, 샤넬을 비롯한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과 파네라이·쇼파드 등 명품 시계와 주얼리 브랜드 다수는 내년 3월께야 들어선다. 회사측은 다수의 명품 고가 수입브랜드를 확충해 내년 6월 정식 개장(그랜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이 처럼 절반 가량만 문을 연 면세점을 두고 곳곳에선 '준비 부족', '반쪽짜리 면세점'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짧은 시간 내에 오픈하기 힘들 것'이란 업계의 우려와 함께 오픈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국가별 매장 수를 제한하는 까닭에 국내 추가 입점이 쉽지 않아졌다지만 어떻게 명품 없이 면세점을 오픈할 수 있느냐"며 "성급하게 오픈한 것은 아닌지, 한화갤러리아의 명품 브랜드와의 협상력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면세점에서 해외 고급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것을 감안하면 매출 실적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롯데나 SK 등 대기업 면세점 전체 매출의 69%는 해외 고급브랜드에서 발생했다. 특히 한화의 경우 사업권이 만료되는 2020년까지 매출 목표를 3조 원으로 책정해, 그랜드 오픈 이후 약 4년 동안 이를 달성해야 하는 처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어렵게 따냈지만 결국 신규 업체들은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문을 여는 신세계와 두산 역시 명품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