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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품업계 '장수 회장님'들이 병신년(丙申年) 새해에도 어김없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80~9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에도 소식과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을 유지하면서 경영 현안을 챙기는 등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식품업계 최고령 창업주인 정재원(99) 정식품 명예회장은 1917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100세가 됐다. 지난 2000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콩에 대한 열정과 후학 양성 의지는 여전히 뜨겁다. 지난해 봄에는 자신이 건립을 후원한 경북 영주시 콩세계과학관 개관식에 참석했고, 11월에는 그가 1984년 설립한 혜춘장학회의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의학박사인 정 명예회장은 1967년 어린 환자들을 위해 두유를 개발했으며, 1973년에는 정식품을 창업했다. 그의 건강 비결은 하루 3팩씩 식전에 마시는 베지밀과 식물성 위주의 소식, 꾸준한 운동 등이 꼽힌다. '베지밀 두유'를 하루 3번 식전에 꼭 챙겨 마시게 되면 식물성 음식인 콩을 섭취하면서도 포만감으로 인해 소식할 수 있어 빼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승복(94) 샘표식품 회장은 여전히 본사에 매일 출근하고 있다. 경영권은 장남인 박진선 사장에게 넘겨줬지만, 여전히 경영 현안을 챙기고 있다. 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을 지낸 박 회장은 1976년 샘표식품 회장 자리에 올랐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명예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등의 활동도 활발하다. 박 회장은 매일 하루 3번 식후에 마시는 흑초를 건강비결로 꼽는다.
윤덕병(89) 한국야쿠르트 회장도 여전히 사옥으로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으면서 업무를 보고 있다. 시간도 오전 10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으로 규칙적이다. 윤 회장은 철저한 식습관으로 성인병 없는 건강한 체력을 과시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소식을 즐기되 채소류와 생선류를 끼니마다 챙긴다고 한다. 한국야쿠르트 창업주답게 매일 발효유도 챙긴다.
김재철(81) 동원그룹 창업주도 여전히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1969년 동원산업 창업 이후 금융, 식품, 포장재로 사업 영역을 넓혀온 그는 여전히 규칙적으로 출퇴근하면서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김 회장 역시 건강 비결로 소식과 참치를 꼽고 있다. 그는 일찌감치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에게 금융 사업을, 차남인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부회장에게 식품 사업을 맡겨 후계구도를 정리했다.
1930년생인 신춘호(86) 농심그룹 회장도 주 3~4회 출근해 여전히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명상과 사색으로 심신을 다스린다는 신 회장은 농심 제품 중에서는 백산수를 애용하며 건강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태호(86) 오뚜기 명예회장은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함 명예회장은 지난해 11월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에 300억원대 규모의 주식을 기부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969년 회사를 창립한 함 명예회장은 아들 함영준 회장에게 2010년 회장직을 넘기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