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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1년의 결과가 발표됐다. 예상대로 정부의 세수만 대폭 늘었다.
기획재정부가 7일 지난해 담배 반출량 31억7000만갑으로 추계한 연간 담배 세수는 10조5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6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1월1일부터 담뱃값을 평균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면서 담배 한 갑에 물리던 세금을 1550원에서 3318원으로 2배 이상 올린 효과다.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이 분석한 4조3000억 보다는 다소 적었지만 정부 예측치 2조8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기재부는 반출량, 납세자연맹은 판매량을 기준으로 분석한 차이다. -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분도 무색해 졌다.
지난해 담배 판매량은 전년대비 23.7% 감소한 33억3000만갑, 반출량은 29.6% 감소한 31억7000만갑이다. 35%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정부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담배값이 오른 지난해 연초 담배판매율은 소폭 줄었지만 불과 6개월도 안돼 담배판매율은 직전년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사재기해둔 담배가 떨어지고 금연에 실패한 사람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35.0%로 1년전 40.8%보다 5.8%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다. 정부 예측치는 8%포인트였다.
담뱃값 인상 효과가 금연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미미한 것은 가격요인 외에 담뱃값 경고그림 게시 등 비가격적인 금연 대책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은 탓도 있다는 분석이다.
담뱃값 인상 초기부터 금연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가격적인 부분의 금연 대책을 적극 시행했었야 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뒤늦게 올 12월부터 담뱃값에 경고그림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담배로 인해 늘어난 세수증가분 3조6000억원 중 1조4000억원은 지방재정, 1조원은 국세, 1조2000억원은 건강증진부담금 등으로 납입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정부의 '국민건강' 정책에 따라 인상된 담배값이 결국 '세수를 위한 정책' 이라는 비판은 면키 어렵게 됐다. -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을 낮추는 것 보다 엉뚱한 곳에 이익을 안겼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지난 한 해 KT&G 주식을 사들여 대박을 쳤다. 순매수한 KT&G 주식 388만800주의 연간 상승률은 34.7%, 투자수익률은 8%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2.4%, 국민연금의 다른 수익률은 5.3%에 불과했다.
2014년 주당 3400원 배당은 올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연기금은 쏠쏠한 과외소득도 챙기게 된다.
반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걍팍한 삶은 담배 강도까지 생겨나게 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상준 부장판사)는 7일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허모(36)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허씨는 지난해 7월 새벽 술을 마시고 집에 가다 담배를 사려고 했지만 돈이 부족하자 인근 한 다세대주택에 들어가 담배 한갑을 꺼내 나오다 주인에게 들키자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