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대우인터내셔널이 결정할 문제” 지난해 전병일 전 사장, 조직문화 갈등 이후 반대 움직임 약화
  •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의 사명변경을 다시 추진한다. 지난해 전병일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과의 갈등도 있었던터라 포스코가 더 이상 사명변경을 미루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형식적으로는 모기업인 포스코가 지시를 한 것이 아니라, 대우인터내셔널이 자발적으로 사명변경 여부를 검토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사진)이 11일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대우인터내셔널 사명 변경에 대해 “대우인터내셔널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강압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계열사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권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그쪽에서 의견을 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했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대우인터내셔널 사명에 포스코를 추가하지 않았다. 그동안 여러차례 내부적으로 사명변경이 검토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해외시장에서 영업활동을 할 때 '대우'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브랜드 파워를 포기할 수 없어서다. '대우'라는 사명은 아직도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가치를 나타낸다. 이런 이유로 대우인터내셔널은 사명 변경을 반대해왔다.

     

    통상적으로 인수 기업은 피인수 기업의 사명 대신에 본인들의 사명으로 변경하기 마련이다. 대기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특히 오너 기업의 경우는 그룹 계열사임을 표시할 수 있는 사명을 선호한다.

     

    과거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했을 당시에도 기존 대한생명의 브랜드 파워가 막강해서 사명변경까지 적잖은 고민이 있었다. 결국 한화생명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그룹의 소속감과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중순 사명 변경 관련해서 대우인터내셔널 내부에서 TF팀이 구성되면서 다시 한번 급물살을 타고 있다.

     

    TF팀은 각 부서에서 10여명으로 구성됐으며, 포스코측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동안 특정부서에서 사명변경을 검토한 적은 있었지만, TF팀까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우인터내셔널 직원들 입장에서도 아직까지 사명이 주는 정신적 효과 때문에 화학적 결합이 더뎌지고 있는 측면도 있었다. 포스코라는 말이 입에 붙어야지 소속감도 생기도 충성심도 생길 수 있는데, 현재까지는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양상이었다.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언제까지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시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하면 되기 때문에 다각도에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명변경에 특히 관심이 쏠리는 것은 지난해 물러난 전병일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때문이다. 지난해 미얀마 가스전 등 자원개발 사업매각 관련해 전병일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권 회장에 반발하는 사건이 있었다. 결국 자신사퇴 하는 모양새로 이의제기는 일단락 됐다.

     

    이로 인해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모기업에서 결정한 사항을 계열사가 공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병일 전 사장의 항명이 불발되면서 대우인터내셔널 내부에서도 묘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명 변경이 이뤄지면 서운해하는 직원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과거처럼 거부감이 심하지는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전병일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예전처럼 사명변경을 반대할 힘이 약해졌을 것이란 얘기다.

     

    특히 대우인터내셔널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다만 노사협의회가 있어, 상대적으로 직원들의 입김이 회사에 강하게 반영되지는 못한다. 노조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할 수 있는 여건도 안돼, 이번에는 무난하게 사명변경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지난해 물러난 전병일 전 사장과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사안”이라며 “몇 년 전부터 검토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측은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사명 변경 여부가 주는 효과를 검토해 결론이 도출될 것”이라며 “그 결과를 놓고 어떤 의사결정을 할지에 대한 시나리오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인터내셔널은 1967년 대우실업으로 출발, 1982년 대우실업이 ㈜대우로 이름을 바꾸면서 무역 부문을 전담했다. 2000년 12월 독자법인으로 출범했다. 2010년 8월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68%를 약 3조4000억원에 인수하며 포스코 계열사에 편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