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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임 농협 중앙회장에 김병원 전 농협양곡 대표이사가 당선됐다. 김병원 당선자는 오는 3월부터 농민 조합원 234만명을 대표하고 8만여 명의 임직원을 지닌 농협중앙회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날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을 얻은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1, 2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김병원·이성희 후보가 2차 결선투표를 벌였다.

    1차 투표에서는 전체 대의원 291명에 최원병 회장까지 총 292명을 투표대상이었으며 대의원 1명이 결원했고, 1명이 기권해 1차 투표의 인원은 총 290명이었다. 1차 투표에서 이성희 후보자가 104표를 얻었고, 김병원 후보는 91표, 최덕규 후보는 74표를 득표했다.

    결국 김병원 당선인은 이성희 후보와 결선투표까지 치른 끝에 최종 농협중앙회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번 선거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으로 8년 만에 치러진 데다가 총선을 석달 여 앞두고 있어 농민들의 선택을 두고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지역농협은 일선 시, 군에 촘촘한 조직망을 지니고 있어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 중앙회장 선거를 두고 '미니대선'이라고 부르는 까닭이기도 하다.


    ◇ 지역 안배 通했다

    지금껏 농협 중앙회장 선거는 지역별로 후보자를 안배해 경쟁해왔다. 가급적 같은 지역내 후보끼리 경쟁을 피하고, 한 지역 후보에게 대의원 표를 몰아주기 위한 '작전'이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3강(强)을 형성한 김병원, 최덕규, 이성희 후보가 각기 호남, 경남, 경기였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세 후보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그룹을 형성하면서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김병원 후보자가 각각 영남의 최덕규, 경기 이성희 후보를 누른 것을 두고는 비(非)영남권의 표집결이란 평가도 나온다. 군소 후보인 경남출신의 김순재 전 동읍농협 조합장과 경북 출신의 하규호 경북농협경영인조합장 협의회장 등이 잇따라 출마하면서 사실상 영남권 표심이 결과적으로 갈린 점도 김병원 후보의 당선을 도운 셈이 됐다.

    또한 현직 최원병 회장과 전임 정대근 회장까지 모두 영남 출신이어서 이번 만큼은 다른 지역에서 대표를 배출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들 전임 회장단 모두 '비리'에 연루되면서 영남 출신 회장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 신임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가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제 속에 진행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신임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가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제 속에 진행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비리 근절에 '한 표' 던진 농심(農心)

    김병원 당선자의 당선공신은 단연 핵심공약이다. 그는 농협법개정을 전면에 들고나왔다. 농협 경제지주를 폐지하고 1중앙회 1금융지주로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조합원의 자격기준을 완화하고 회장 선출 방식도 직선제로 전환하는 안을 꺼내들었다. 조합원의 위상을 강화하되 권력을 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또한 회원농협의 '목소리'를 높인 점도 대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회 내 조합컨설팅지원부를 설립하고 3년 주기로 이를 시행, 순익 10억원 미만 농협을 강소농협으로 육성하는 방안, 농협쌀 시장점유율 60% 달성 등을 제시했다.

    농협 회장직은 비상임직이지만 전국 조합원을 대표해 국내 농업사업과 금융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1155개 농축협이 가입한 연합조직으로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회장의 막강한 권한은 번번이 비리로 이어졌다. 역대 농협중앙회장선거에서 직선제로 당선된 1~3대 회장은 줄줄이 구속됐다. 4대 회장인 현 최원병 회장까지도 부당대출 외압 의혹이 뒤따랐다.

    정부는 2005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회장직의 권한을 줄이고 명예직으로 전환했으나 비공식적으로 조직에 끼치는 영향을 줄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이사회 의장 권한과 인사권, 지도감독권 등을 활용해 비공식적으로 농협은행과 농협유통, 농협사료 등 31개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여기에 농협중앙회장은 지역 농협에 8조6400억원(2014년 기준) 규모의 무이자 자금을 지원할 수 있어 조합장들을 장악해왔다. 

    현재 농협의 자산은 342조원에 이른다. 삼성그룹(348조)다음으로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 204조 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농협중앙회장은 234만명의 노합원을 대표해 농협중앙회에서 3억7000만원, 농민신문사에서 3억5000만원 등 총 7억2000만원 연봉을 받는다. 중앙회장을 보좌하는 비서는 13인이고, 업무 및 관용차로 에쿠스와 카니발이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