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주식 쏟아지면 주가 하락 불가피… 처분기한 연장해야정부 M&A 확대 강조하는데… '법 논리' 고집 공정위만 역주행
  • ▲ ⓒ뉴데일리경제 최종희 기자.
    ▲ ⓒ뉴데일리경제 최종희 기자.


    "주식 500만주를 한 달 안에 팔라는 건, 소액주주들 등골 빼먹겠다는 억지와 같다."

    25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삼성SDI의 임시 주주총회에 열린 가운데, 이날 행사에 참가한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이 같은 볼멘소리가 새어나왔다.

    한 소액주주는 "순환출자가 문제라고 해도 이렇게 촉박하게 주식을 팔라는 건 상식 밖의 결정"이라면서 "주가에 큰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주주들 피해가 뻔히 예상되는 만큼 공정위가 밀어부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주도 "가뜩이나 요즘 주식이 떨어져 안타까운데 정부에서 나서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면 되겠냐"며 시간을 두고 해결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삼성 측에 지난해 9월 초 마무리된 제일모직과 구(舊)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면서 내년 3월까지 이를 해소하라고 명령했다.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에 모두 걸려있는 것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약 7300억원)다.

    공정위는 오는 3월 1일까지 주식 매각과 같은 방식으로 문제가 된 3개 고리를 잘라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합병으로 새로 생기거나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에 대해선 6개월 내에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주주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량의 주식을 급하게 처분하려다 보면 '헐값'으로 팔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500만주가 한꺼번에 주식시장에 쏟아지면 주가 하락을 비롯한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역시 처분 기한 연장을 공정위에 요청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현행법상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삼성물산 주식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부분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가 M&A 시장 확대를 꿈꾸는 정부의 뜻을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오는 3월부터 새로운 상법 내용이 적용된다. 개정 상법의 큰 틀은 M&A 시장을 확대하고 원활한 구조조정을 돕겠다는 게 골자다. 정부와 국회는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차원에서 이런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해 말 통과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법까지 뜯어고쳐 M&A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되레 찬물을 끼얹어선 안 된다"면서 "기계적 법률 해석만 고집할 게 아니라 기업과 주주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