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상법 3월 시행… 'M&A 시장 확대-구조조정 지원' 초점"M&A 부산물 순환출자 당장 없애야...기계적 법률 해석만"삼성SDI 보유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한꺼번에 쏟아지면 주주 피해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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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데일리경제DB.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부의 뜻을 거스르고 역주행을 하고 있다.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지는 M&A를 장려하기 위해 법까지 뜯어고친 정부와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3월부터 새로운 상법 내용이 적용된다. 개정 상법의 큰 틀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확대하고 원활한 구조조정을 돕겠다는 게 골자다. 모두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 경제는 현재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주력 산업들이 하나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대내외적 경기 침체라는 악재까지 겹친 상황이다.
정부는 갈수록 힘들어지는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형태의 기업 구조조정 방식을 허용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먼저 삼각분할합병과 역삼각합병 규정을 도입했다. 합병 시 자사주 활용도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다. 무의결권 주주에게는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
삼각분할합병은 인수회사가 인수대상 기업의 일부 사업부만 인수하고, 인수대상 기업은 인수회사의 모회사 지분을 교부받는 형태를 뜻한다. 특정 사업에 대한 전략적 M&A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다.
역삼각합병은 자회사 A가 B라는 회사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시도할 경우, B회사 주주에게 A의 모회사 주식을 교부하면서 B회사를 존속회사로 두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자회사를 활용한 다양한 방법으로 M&A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합병에 골인한지 1년도 안 된 기업에게 앞뒤 재지 않고 원칙론만 내세워 무리한 요구를 되풀이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를 처분하기 앞서 매각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삼성그룹의 요청을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관련 규정이 없어 연기가 안 된다는 게 공정위의 방침이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이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에게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거나 기존 고리를 강화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합병으로 새로 생기거나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에 대해선 6개월 내에 해소토록 하고 있다.
순환출자는 대기업집단이 'A사→B사→C사→A사'처럼 순환형 구조로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9월 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이 탄생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10개에서 7개로 줄었지만, 이 7개 중 3개 고리가 순환출자 강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에 모두 걸려있는 것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다. 공정위는 오는 3월 1일까지 주식 매각과 같은 방식으로 문제가 된 3개 고리를 잘라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은 대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7300억원 상당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가 시장에 갑자기, 그것도 한꺼번에 풀리기 되면 기업은 물론 대다수 주주들도 불보듯 뻔하게 피해를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급하게 처분하려다 보면 '헐값'으로 매각할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대외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공정위가 이 같은 현실을 무시한 채 기계적 법률 해석만 고집한다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발버둥치는 정부와 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는 꼴이 된다.
정부가 전방에서 기업의 M&A 욕구를 되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사이 공정위가 뒤에서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는 게 경제계의 바람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M&A를 진행하다 보면 순환출자 구조는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면서 "주무부처인 공정위가 시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지나치게 강도 높은 잣대만 들이된다면 M&A에 대한 정부 의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