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PKU]②긴급도입해 보험급여 적용받아도 뒷순위 밀려… 공급자 위주 기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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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건복지부.ⓒ연합뉴스
제네릭(복제약)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게 상식이다. 통상 특허 기간이 만료된 의약품을 카피해 생산·판매하기 때문이다.
복제약이 나와도 의료진이나 환자는 오리지널 제품을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에게 저렴한 제네릭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리지널 제품이 고가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지난해 희소질환인 선천성 대사효소결핍증(PKU:페닐케톤요증) 치료약인 '디테린정'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로 허가를 받고 시판을 준비하면서 제네릭 가격 논란이 일고 있다. 공식 국내 데뷔 시점을 이유로 제네릭이 오리지널과 맞먹는 가격에 공급될 공산이 크다.
2일 보건복지부와 한국희귀의약품센터에 따르면 현재 PKU 환자에게 치료약은 미국 바이오마린사가 만든 '쿠반정'이 유일하다.
쿠반정 이전까지는 스위스 제약업체가 '테트라하이드로바이옵테린정'을 치료약으로 공급해왔다. 하지만 제제에 대한 임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스위스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한 사이 쿠반정이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2008년 말부터 대체의약품 없이 쿠반정만 판매되고 있다.
현재 쿠반정은 희귀의약품센터에서 정식 수입허가 전에 미허가 긴급도입의약품으로 들여오고 있다.
문제는 이 약이 희소질환약 중에서도 최고가 수준으로 1알에 5만원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4알 기준으로 한 달이면 약값만 600만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약값 고통에 시달리는 PKU 환자 가족에게 희소식은 지난해 A 의약품전문회사에서 쿠반정과 같은 제제의 디테린정을 식약처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받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본격 시판되면 환자들의 약제 접근성이 좋아질 전망이다.
특히 디테린정은 쿠반정의 제네릭이어서 가격 부담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A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약제심사를 신청한 디테린정 가격이 쿠반정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가격 논란의 핵심은 치료약의 국내 공식 데뷔 시점이다. 디테린정은 제네릭이어서 쿠반정보다 낮은 가격이 책정되는 게 맞다. 하지만 쿠반정이 아직 국내에서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긴급도입의약품이라는 이유 때문에 복제약임에도 오리지널 의약품의 지위를 점하게 된 것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외국에서 보면 디테린정은 오리지널(쿠반정) 이후 나온 제네릭이지만, 쿠반정이 미허가 긴급도입의약품이어서 국내 공식 데뷔 시점을 따지면 디테린정이 최초의 허가 제품이 된다"며 "디테린정이 보험급여 대상으로 등재되면 쿠반정은 등재 목록에서 삭제된다"고 밝혔다.
쿠반정이 PKU 환자 치료를 위해 긴급도입된 뒤 약값 부감을 덜어주려고 보험급여 대상 의약품으로 등재까지 했던 약이지만, 행정 절차상 졸지에 국내 데뷔 순서가 뒷순위로 밀리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각에서 국내 희소 의약품 등재 절차가 약을 필요로 하는 수혜자보다 공급자 시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제약사가 수익성을 이유로 등재 신청을 하지 않으면 피해는 환자가 보게 되는 구조다.
PKU 환자 보호자 A씨는 "질병 확인이 늦은 환자는 뇌 기능 손상 등으로 독립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 부모가 죽고 나면 비싼 약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제네릭 가격은 곧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외국에선 제네릭으로 알려졌는데 국내 도입 절차로 말미암아 약값이 오리지널과 큰 차이 없이 책정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보험급여 등재 절차는 최초로 등재된 의약품과 성분을 비교하게 돼 있고 이 경우 99%는 이미 등재된 제품이 오리지널이어서 협상을 통해 가격을 낮춘다"며 "약값 산정은 절차에 따라 이뤄지며 쿠반정은 미허가 제품이어서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