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깎고 설계책임 떠넘기고 매장 멋대로 옮기고...
  • ▲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갑질을 벌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 32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인천국제공항공사 홈페이지 캡처
    ▲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갑질을 벌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 32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인천국제공항공사 홈페이지 캡처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갑질이 빈축을 사고 있다. 공사비를 깎고 설계책임을 떠넘기고, 공항내 식음료 사업자들의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며 멋대로 매장을 옮기는 등 횡포를 일삼았다.

    공기업 불공정 행위 조사를 벌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32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제2 여객터미널 건설공사 참여업체가 23억원의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제안했지만 왠일인지 이를 채택하지 않고 원래 설계대로 시공토록 했다.

    본색은 계약과정에서 드러났다. 원래의 설계대로 시공하도록 하면서 이 부분의 공사비는 원래의 설계금액이 아닌 23억원이 감액된 공사비를 적용했다. 결국 시공사는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제안을 해 놓고도 이대로 시공도 하지못하고 공사비만 깍인 셈이 됐다.

    인천공항공사는 또 시공사가 기술제안을 하지 않은 설계부분도 시공사가 제안한 것으로 간주해 설계변경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시공사는 인천공항측이 설계한 부분의 오류나 누락까지 모두 떠안아야 했다. 현행 국가계약법은 시공사가 기술제안하지 않은 부분에서의 설계오류나 누락은 발주자가 설계변경을 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사는 공항에 입점한 사업자들에게는 공포의 갑이었다.

    공항 내 식음료 가격관리를 위해 가격신고・승인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번번히 가격결정에 부당하게 간섭했다. 신고・승인가격대로 판매를 하는데도 동일품목의 판매가격이 사업자별로 다르다는 이유로 가격을 통일하도록 하거나, 환승호텔 같이 식음료 사업과는 관계 없는 상품의 요금을 올렸다는 이유로 식음료 가격을 내리도록 종용했다.

    자리를 잡아 정상영업 중이던 식음료 사업자의 매장을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전시키기도 했다.

    공정위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이같은 행위가 거래상지위를 남용해 거래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명백한 불공정 행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