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띈 유치전 뒷편 수익률·수수료는 여전히 비공개지점 방문 투자자, 권유상품 그대로 가입할 수 밖에
  • 보름의 기간을 두고 증권업계에 선 굵은 상품 두개가 잇따라 선을 보인다. 모두 '절세'를 강조하면서 투자자 유인이 한창이다. 그러나 정작 그 많은 금액을 투자해 얼만큼의 절세혜택과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정보의 갈증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절세상품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비과세 해외펀드)와 오는 14일 첫 선을 보이게 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두고 하는 말이다.


    비과세 해외펀드는 내년 말까지 1인당 3000만원 한도로 가입이 가능하다. ISA는 1년에 2000만원씩 1억원을 최고 가입금액으로 내세우며 고객 사전 유치작업이 한창이다. 비과세 해외펀드와 ISA 유치에 나선 금융권 모두 투자수익에 대한 세금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세금의 전제조건은 수익률이라는 점, 과연 얼마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대다수 투자자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직업이나 소득에 따라 가입 자체가 안되는 상황에서도 우리의 설명을 들어보라는 이야기만 나온다.


    특히 비과세 해외펀드는 신규 해외주식전용펀드에 대해서만 환차익과 투자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고, 이미 기존의 해외펀드를 통해 대규모 운용손실을 본 투자자는 펀드 이동시 수수료가 큰 부담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실효성이 의문이다.


    ISA의 경우는 원금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한 고객에게는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고위험 상품 비중이 높은 일임형 ISA를 판매하는 것이 금지돼 막상 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없어진 상황이다. 예적금, 환매조건부채권(RP), 국공채형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보수적 투자로 획기적인 수익률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가 돼 버렸다.


    제도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아직 회사별로 ISA에 대한 수수료와 수익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김빠지는 결과로 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같은 일각에서는 비과세 해외펀드와 ISA 모두 투자자가 아닌 금융권의 이익증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비과세 해외펀드 가입에서도 '엇박자'가 감지된다.


    현재 대다수 증권사들은 비과세 해외펀드 투자전략을 선진국에 집중하고 있으며, 선진국 중에서도 대형 우량주, 고배당주 펀드에 투자하라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지난달 29일 비과세 해외펀드 1호 가입자로 나선 황 회장은 '에셋플러스차이나리치투게더 펀드', '한국투자 베트남그로스 1호 펀드', '미래에셋인디아디스커버리 1호 펀드'에 각 1000만원을 투자했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들이다.


    증권사들이 안정성이 높은 선진국을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를 대표하는 황 회장은 선진국 비중이 높은 펀드를 피하고 신흥국 펀드들을 선택해 자신의 돈을 투자한 것이다.


    여기에 가입장소가 미래에셋증권 여의도 영업부였고, 이에 행사를 준비했던 미래에셋증권이 직접 황 회장에게 추천한 펀드는 외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최고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황 회장은 사전에 꼼꼼한 전략으로 자비를 투자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지점을 방문해 가입을 문의했다면 어땠을까? 지점에서 추천하는 상품에 선택의 여지 없이 서명을 하지 않을까.


    시행을 앞두고 있는 ISA의 경우 일정기간이 지나면 수익률에 따라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벌어질 초반 유치경쟁과 전략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5년이란 의무 가입기간을 볼모로 투자자들이 금융권에 휘둘리는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에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원천봉쇄하겠다고 밝혔지만 제재 이전에 자율적인 투명 경쟁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