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 대한 조건부 자율협약을 추진하기로 17일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22일 채권단 실무자 회의 및 안건을 부의한 뒤 29일에는 자율협약 개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 7일 만기되는 2400억원 공모사채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건부 자율협약의 핵심은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3개월 간 유예하고, 외부 회계법인 실사를 마친 뒤 채무재조정 방안을 수립하는 내용이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 대한 조건부 자율협약 추진은 회사 자구안 및 해외 선주와 용선료 조정 협상이 진전을 보여 금융기관들이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을 통해 회사 정상화를 적극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이번 자율협약은 용선료 인하, 새채권자를 포함한 모든 채권자의 공평한 채무재조정을 전제로 추진하는 것으로 이중 하나라도 협상이 무산될 경우 자율협약은 종료된다. 

    다만 이날 현대상선 사채권자집회 안건이 부결된 점은 조건부 자율협약을 추진하는 현대상선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사채권자집회에서 오는 4월 7일 만기가 도래하는 12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 연장을 추진했으나 가결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전체 사채권의 1/3이 참석해 출석 사채권의 2/3 이상의 동의가 충족돼야 했으나 이에 달하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사채권자 집회 부결이 구조조정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구조조정과정에서 통상적으로 겪는 진통으로 현대상선 정상화 추진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며 "과거  STX사채권자 집회 부결 후 연체 상태에서 재가결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 정상화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데는 지난달 발표한 현대상선의 정상화 방안이 차곡차곡 시행되고 있다고 판단한 탓이다. 

    정상화 방안의 핵심은 단연 용선료 조정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부터 선주들을 만나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여왔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 없는 자구안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오고 있다. 

    현재 현대상선이 총 125척을 운영 중인데 이 가운데 선주에게 빌린 선박에 대한 용선료만 연간 2조원에 달하고 이중 1조원이 매년 부채로 연결되는 상황이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매년 현대상선이 1조원의 용선료 부담이 있는데 지금이라도 회사가 목숨 건 협상을 해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현재 현대증권 매각 등 자구계획을 이행중이며 용선료 협상 등 비협약 채권자 간의 채무조정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