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 센 협회간부 업체에 조사 집중될 듯… 검증기간 짧아 표적검증 우려도
  • ▲ 국토부.ⓒ연합뉴스
    ▲ 국토부.ⓒ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시평)를 사전 검증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시범검증 결과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데다 시평을 낮게 받은 일부 업체의 불평을 잠재우려고 꺼내 든 카드여서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촉박한 일정상 검증이 특정 집단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 '표적검증' 논란이 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23일 국토부에 따르면 해마다 발표하는 시평에 대해 앞으로 민·관 합동검증반이 사전 검증을 벌인다.

    시평은 공공 발주 공사입찰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발주자는 시평액을 기준으로 건설업체의 입찰을 제한할 수 있다.

    현재는 대한건설협회를 비롯해 종합·전문·시설물 등 업종별 건설 관련 단체가 위탁받아 시평을 진행한다. 결과는 7월 말 각 건설협회 홈페이지에 공시한다.

    검증반은 6월부터 약 한 달간 사전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검증반은 국토부 공무원과 공인회계사, 한국건설기술인협회와 건설협회 관계자 등 총 13명으로 짜진다.

    하지만 사전 검증이 전시행정에 그칠 거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토부가 지난해 11월26일부터 올해 1월29일까지 총 44개 업체를 대상으로 시범검증을 벌였지만, 아무런 문제점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범검증에서 드러난 문제는 없었다"면서 "다만 시평 때 누가 심사했는지 알 수 있게 심사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사전 검증 카드를 꺼내 든 배경도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국토부는 시평의 구조적 문제점을 확인해서가 아니라 일부 시평을 낮게 받은 업체의 불평불만을 잠재울 목적으로 사전 검증 카드를 꺼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류상 회사나 부실 회사를 중심으로 시평 결과에 대한 불만이 연례행사처럼 제기되는 실정"이라고 사전 검증 도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충청지역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평 결과가 자체 예상과 다를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사실적을 토대로 정량평가가 이뤄지므로 큰 차이는 없다"며 "(중견 업체 사이에서) 협회 임원 회사여서 시평을 잘 받는다는 불만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사전 검증이 각 건설협회 간부가 소속된 업체에 집중될 수 있어 표적검증이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국토부는 평가주체인 각 협회의 회장 등 주요 간부가 소속된 업체 50곳과 무작위로 추출한 일반 건설업체 100곳 등 총 150곳을 대상으로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협회 간부 회사에 검증이 집중될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소액 공사보다 대규모 공사가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국토부도) 소위 입김이 센 업체를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것"이라며 "건설협회 회장이나 임원이 소속된 업체가 주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시범검증 때 대상으로 한 44개 업체도 모두 건설협회 간부가 소속된 업체로 확인됐다.

    검증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도 표적검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국토부는 2달여 시범검증 기간에 44개 업체를 확인했다. 하루 평균 0.67개 업체를 검증한 셈이다.

    사전 검증 기간은 1개월쯤으로 150개 업체를 대상으로 하면 하루 평균 5개 업체 이상을 검증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민간 전문가가 도울 예정이지만, 검증 대상은 3배쯤 늘어난 반면 검증 기간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국토부는 셀프 검증을 막기 위해 협회 간 교차검증을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협회끼리 검증을 형식적으로 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올해 처음 시행하는 거라 현재로선 크게 나쁘진 않다고 본다"며 "다만 교차검증이 형식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고 앞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