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인' 계획 170km → 2.4㎞ 대폭 축소 … 실현 가능성 물음표건설사 등 주요 기업 이미 발 뺐는데 … LG전자, 나홀로 협력 기조중동 스마트시티 전략 원점으로 … 매출 공백·글로벌 사우스 타격
  • ▲ 지난해 조주완 전 LG전자 CEO가 UAE 두바이에서 엑스포시티 두바이 아흐메드 알 카티브(Ahmed Al Khatib) 개발 및 공급 책임자(왼쪽)와‘스마트시티 건설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LG전자
    ▲ 지난해 조주완 전 LG전자 CEO가 UAE 두바이에서 엑스포시티 두바이 아흐메드 알 카티브(Ahmed Al Khatib) 개발 및 공급 책임자(왼쪽)와‘스마트시티 건설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LG전자
    LG전자가 네옴시티 전면 백지화 우려에도 사업 협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네옴시티는 수년전부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지만 LG전자는 수차례 HVAC(냉난방공조) 협력을 맺으며 사업을 밀어붙여왔다. 업계에서는 조단위 수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기존 전략을 고수하는 판단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네옴시티·두바이 스마트시티 관련 협력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사우디 네옴시티 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공급 협력과 두바이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지만 LG전자는 철수 대신 가능성을 열어두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네옴시티'는 이미 수년전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던 사업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미래도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는 총 700조원 규모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로 홍보됐지만 지난 2022년 사업 초기 건설 업계에선 이미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2024년 핵심 사업인 직선형 도시 '더 라인(The Line)' 계획이 당초 170㎞에서 약 2.4㎞ 수준으로 대폭 축소되면서 프로젝트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은 일찌감치 발을 빼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상당수 기업들이 네옴 프로젝트에서 사실상 철수한 상태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네옴 프로젝트는 2022년 대규모 MOU가 체결되며 기대감이 커졌지만 실제 본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았다"며 "당초 700조원 규모로 홍보됐지만 국내 기업들이 실제 확보한 공사 규모는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사우디 네옴시티 터널 건설 프로젝트 계약을 발주처 요청으로 해지했다고 공시하면서 사업 백지화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LG전자는 이런 흐름과 달리 중동 스마트시티 사업 확대를 지속적으로 키워왔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두바이에서 UAE 정부 산하 기관인 엑스포시티 두바이와 스마트시티 건설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홈 솔루션과 HVAC 설비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행사에는 조주완 전 LG전자 CEO와 엑스포시티 두바이 관계자들이 참석해 협력 계획을 공개했다.

    LG전자는 이에 앞서 두 달 전에도 네옴시티 내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에 들어서는 AI 데이터센터에 냉각 솔루션을 공급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중동 사업 확대를 공식화했다. 특히 회사는 해당 사업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조 전 CEO는 대외적으로도 네옴시티 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IFA 2025에서 기자들과 만나 네옴시티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공급과 관련해 "칠러뿐 아니라 냉각 솔루션까지 들어가면 사업 규모가 조단위로 커질 것"이라며 추가 수주 가능성도 언급했다.

    같은 시기 조 전 CEO는 서울에서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과 만나 네옴시티 내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공급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LG전자는 이 자리에서 사우디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며 중동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관련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LG전자가 수년간 공을 들여온 중동 스마트시티 전략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회사가 지난해까지 기대했던 HVAC 조단위 수주가 물거품이 되면서 매출 공백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회사가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ES(에코솔루션) 사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ES사업본부는 에어컨과 냉난방공조(HVAC)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B2B 사업 확대 전략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지난해 ES사업본부 매출은 약 9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647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6.9% 수준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네옴 프로젝트는 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발을 빼는 상황에서도 LG전자만 뒤늦게까지 사업을 밀어붙인 것은 결과적으로 전략적 오판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