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문턱에서 흔들리는 한국경제세계 경제불황·수출부진 등 악재 겹쳐
  • 한국 경제가 선진국 문턱까지 올랐지만 대내외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대내외 리스크에 우리 경제는 1월부터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세계경기 침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으며, 주가와 환율의 급등락 등 금융시장 불안이 극심해졌다.

    ◇선진국 문턱에 오른 한국 경제

    지난해 한국의 GDP(국내총생산)는 1조4351억 달러로 세계 11위 수준이다. 증시 시가총액 역시 1조2006억 달러로 세계 11위에 진입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FTSE와 스탠다드 앤 푸어스(S&P), 다우존스 지수는 한국을 이미 선진국으로 편입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신용동급이 높고 성장률도 양호한 편이다. 주요 OECD 국가의 지난해 경상수지를 비교해보면 한국은 1059억5510만달러로, 독일과 네덜란드에 이어 3번째 경상수지 흑자국이다.

    IMF도 최근 한국의 금융발전 수준을 세계 183개국 중 6위로 평가했다. 금융 심도와 접근성, 효율성 등 3가지 측면을 포괄해 금융발전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한국의 금융발전지수는 0.854로 신흥국 평균(0.328)을 크게 상회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0.718)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역시 선진지수 편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 증시가 오는 6월 MSCI 선진지수 편입검토 대상(워치 리스트)에 포함된 후 이르면 내년 정식으로 승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이에 한국 정부도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비롯된 자금 유출이 확대되면서 MSCI 선진지수 승격을 통해 자금유입의 반전과 확대를 추진 중이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올 초 헨리 페르난데즈(Henry A. Fernandez) MSCI 회장과의 면담에서 "MSCI가 한국을 선진지수에 편입하는데 문제로 지적해 온 외국인 투자등록제 개선을 위해 외국인 통합결제계좌(옴니버스 어카운트) 도입을 이달 중 발표하는 한편 외국인 투자자가 불편을 느끼는 원화 환전성도 24시간 원활이 이뤄질 수 있게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도 오는 2020년 국제적 보험그룹(IAIG)을 대상으로 국제 공통 자본규제(ICS)를 적용하는데 있어 한국 주식을 선진국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을 보유한 보험사들의 주식 리스크는 종전 46%에서 35%로 크게 낮아져 국내 주식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

    ◇외형은 선진국인데…한국 경제 흔드는 대내외 리스크

    그러나 대내외 리스크에 따른 국내 금융 시장의 침체와 더불어 가계부채가 높다는 점, 민간소비가 하향 추세라는 점 등은 국내 경제가 활기를 되찾는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GDP는 이미 세계 11위 수준으로 선진 수준이긴 하지만, 면밀히 뜯어보면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적으로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GDP 내 민간소비 비중은 지난 2009년 51.3%에서 2010년 50.3%로, 2011년엔 49.9%로 떨어지면서 50%를 밑돌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 49.8%, 2013년 49.3%, 2014년 48.6%, 지난해 48.3%로 꾸준히 내리막길이다.

    이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민간소비 비중은 68.4%로 한국보다 20%포인트나 높고, 영국은 64.7%로 한국보다 16%포인트가량 높다. 일본도 한국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60.7%를 민간소비가 차지하고 있다.

    가계부채 비율 역시 13년째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고 선진국 41개국 중에서도 8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7.2%로 17개 조사 대상 신흥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에 이어 태국 70.8%, 말레이시아 70.4%, 홍콩 67%, 싱가포르 60.8% 등의 순이었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한국은 스위스 124.2%, 호주 123.1%, 덴마크 122.9%, 네덜란드 111.4%, 캐나다 96.0%, 노르웨이 93.0%, 뉴질랜드 91.3%에 이은 8번째다.

    또 최근의 세계적인 경기부진 및 금융시장 불안에 한국의 수출규모 역시 큰 폭으로 줄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수출액은 967억6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를 미루어 보면 지난 1월(-18%)과 2월(-12.2%)에 이어 3월 전체 수출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기준금리도 1.50%로 9개월 연속 동결했다. 대내외 불안감에 보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경제 심리가 약화되면서 하방 리스크가 조금 증대됐다"며 "우리 경제의 성장경로가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여전히 남아있는 점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향후 상황 변화를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요 선진국들은 기존의 양적완화정책을 더욱 강화하거나 마이너스 금리제도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통화정책의 경우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한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으나,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적극적인 통화정책수단을 활용해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도한 경기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적절히 활용하고, 대내외 여건이 더 악화되기 전에 신속히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내실을 튼튼히 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