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제유가는 여전히 불안한 형국이다. 지난주만 해도 국제유가는 이틀이 멀다 하고 요동쳤다.
14일(이하 현지시각)과 15일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는 4월 인도분이 2거래일 연속으로 내렸다. 각각 전 거래일보다 1.32달러(3.40%)와 84센트(2.26%) 내린 채 거래를 마쳤다.
16일과 17일은 2거래일 연속 올랐다. 각각 2.12달러(5.8%)와 1.74달러(4.5%) 상승했다. 하지만 18일 다시 76센트(1.9%) 내린 배럴당 39.4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장 전망도 엇갈린다. 일각에선 바닥론이 제기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원유 가격이 최근 몇 주 사이 큰 폭으로 회복했다"며 "유가가 마침내 바닥을 쳤는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IEA는 보고서에서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의 원유 생산량이 줄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의 원유 공급 영향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올해 1일 생산량이 평균 60만 배럴 감소에서 75만 배럴 감소로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18일 '주요 산유국의 경제 상황과 정책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저유가가 상당 기간 이어질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제원유시장 수급 여건상 공급과잉이 단기간 내 해결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앞선 13일에는 이란 석유부장관이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400만 배럴에 이를 때까지 생산 동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가는 바로 내림세를 보였다.
현재로선 다음 달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산유국 공조회의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 회의에서 산유량 감산이나 동결 합의가 나오지 못하면 유가는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유가 외에도 오는 6월까지 세계 경제의 불안을 키울 악재들은 산재해 있다. 미국 추가 금리 인상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다음 달 어닝시즌(실적발표 기간)을 맞아 주요 기업이 어떤 성적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문제는 지난해 세계 경기 부진 탓에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나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
-
▲ 전문가들은 신흥국 자금 유출의 변수로 미국의 추가금리 가능성을 꼽는다.ⓒ연합뉴스
6월 14~15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연준은 지난 16일 올해 두 번째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0.25∼0.50%로 동결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등은 올해 금리 인상이 2회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 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연내 점진적인 두 차례 금리 인상을 고려할 때 인상 시기는 6월과 12월이 될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의 유동성은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6월에는 브렉시트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23일로 예정됐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유럽연합(EU) 경제가 타격을 입는다. 무엇보다 영국을 시작으로 회원국 이탈이 도미노 현상을 보일 수 있다.
-
-
▲ 원달러 환율.ⓒ연합뉴스
갈수록 커지는 환율 변동 폭도 불안요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달 1~18일 거래가 이뤄진 13일 동안 원/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 폭(최고가와 최저가 차이)은 평균 9.0원이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을 받던 2011년 10월 11.4원 이후 4년5개월 만에 최대다. 1월 7.9원, 2월 8.6원에 이어 변동 폭은 커지는 양상이다.
변동 폭이 크다는 것은 환율이 들쑥날쑥 불안하다는 얘기다.
환율은 양면성이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얻지만, 수입업체는 원자재 구매 부담이 커진다.
문제는 환율이 출렁이는 경우다. 환율 변동이 심하면 수출입업체들은 환리스크 관리와 경영 전략을 짜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기업의 투자 심리도 위축시켜 경기 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31.5원 급락하며 1162.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환율 하락은 단기적으로 수출 기업에 부담을 주어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원자재 시장 기지개… 美 경제지표 호조 속 中 경제성장 경착륙 우려 감소
호재로는 최근 구리, 철강 등 원자재 시장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감지된다는 부분이다. 원자재는 생산의 원료이므로 경제에선 기초 중의 기초에 해당한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주 14일부터 18일까지 거래된 6대 비철금속의 톤당 가격은 평균 0.41% 상승했다.
구리(2.18%)를 포함한 아연(2.04%), 니켈(1.72%) 가격은 오르고 알루미늄(-2.22%)과 납(-1.14%), 주석(-0.12%)은 내렸다.
특히 구리는 선물 3개월물 가격이 18일 현재 톤당 5046달러에 마감됐다. 지난 1월 저점이 4331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6.5%쯤 올랐다.
구리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돼 세계 경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불리기도 한다. 구리 가격 상승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
-
▲ 미국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신흥국의 자금 유출이 가속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과 신흥시장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 증시와 외환시장에서 빠져나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연준이 지난해 4차례로 언급했던 금리 인상 목표 횟수가 올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신흥국들이 통화정책을 펴는 데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양호한 것도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증가량이 24만2000개로 집계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고용지표가 호조를 유지했다. 이는 예상치 19만개는 물론 고용시장의 호조세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20만개를 웃도는 실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월 고용지표 발표에 대해 견고한 고용시장이 경기둔화 우려를 떨쳐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중국이 최근 '바오치'(保七·7%대 성장률) 시대 마감을 공식화한 것도 역설적이지만,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6.5~7%로 제시했다. 이는 25년 만의 최저치로, 중국이 스스로 바오치 시대를 종언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바오류(保六)' 시대를 선언한 것이 세계 경제에 중국발 호재로 작용할 거라는 견해가 나온다.
중국이 자국 경제에 대해 냉정하게 인식하면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과 경착륙 우려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다양한 경기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견해다.
이란의 국제무대 복귀도 호재로 읽힌다. 이란의 다양한 인프라 시장은 많은 나라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란은 인구 8000만명의 거대 시장이다. 그동안 닫혀있던 시장이 열리면서 앞으로 연간 6~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의 제재로 소비재와 자동차, 항공기, 기반시설 등이 낙후돼 투자 여지가 높다. 각국 기업과 지도자들이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잰걸음을 보이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제재 해제를 계기로 고부가가치의 해외건설 시장 개척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적항공사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한-이란 직항 노선 개설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앞으로 기업 진출과 인적·물적 교류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조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