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눈치작전 속 인수전 참여·불참 번복한 미래에셋 의중에 관심마지막 대어VS승자의 저주…응찰가 제출 마지막까지 복잡한 셈법
  •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이 오늘(25일) 진행된다. 한국투자증권, KB금융의 2파전 양상에 사모펀드들은 복병으로 가세, 인수전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관건은 미래에셋의 행보에 따른 한국투자증권과 KB금융의 결정이다. 이들은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미래에셋이 보인 통큰 베팅을 통해 'M&A란 이런 것'이라고 학습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 미래에셋은 현대증권 인수전에서는 참여와 불참선언을 반복했다는 점을 한국투자증권과 KB금융이 어떻게 받아들여 가격을 제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을 눈앞에 두고도 '합리적인 가격'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그만큼 현대증권에 대한 가치판단이 힘들기 때문이다.


    반드시 인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후보군들의 통큰베팅 가능성도 열려있지만 대우증권 만큼의 매력은 떨어진다는 공감대가 이번 인수전에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일정 범위 내에서 최고가를 쓰는 것이 핵심이다.


    막판까지 인수가격을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펼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현대증권의 적정가격에 대한 분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인수전 참여와 불참선언을 반복한 미래에셋의 행보와 의중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마지막 남은 대형 증권사인 현대증권을 잡아야 하는 한국투자증권과 KB금융입장에서 특히 이번 인수전은 리더십과 결단력에 대한 마지막 시험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두 회사 모두 인수전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이 LK투자파트너의 컨소시엄에 전략적 투자자(SI·경영권 행사를 목적으로 한 투자자)로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가 사흘만에 다시 인수전 참여 포기선언을 했다는 점이 걸린다. 강력한 경쟁자가 줄어 몸값이 낮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부분만 보고 응찰에 나서기가 힘들다.


    미래에셋이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의사를 밝힐 때만 해도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자기자본 10조를 꿈꾸는 미래에셋의 가세로 현대증권지분 22.56%가 1조원까지 급등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덩치키우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래에셋이 인수전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한 자체가 현대증권의 몸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대증권의 적정가에 대한 고민을 지속한 끝에 내린 미래에셋의 결정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업계 리딩회사로 과열경쟁 우려 등 큰 그림에서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이 미래에셋이 밝힌 현대증권 인수전 불참에 대한 표면적 이유지만 현대증권이 그만큼 예상되는 가격에 비해 매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당초 업계는 현대증권의 지분 22.56%가 매물로 나올 당시 시가 3000억~4000억원 선에 경영권프리미엄을 얹으면 5000~6000억원 선이 될 것으로 봤다.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오릭스가 제시한 가격도 6500억원이었다.


    반면 다자 경쟁구도로 현대증권의 몸값은 계속해서 뛰고있지만 가격대비 메리트요인은 적고, 위험부담은 높아 박현주 회장이 인수를 포기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매물로 다시 나온 이후 시장에서는 현대증권이 우발채무로 인식되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와 ELS 등 파생상품 발행 비중이 높다며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들은 모두 우발채무로 인식되는데 우발채무는 사고가 터지면 증권사가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현대증권의 우발채무는 1조8045억원으로 3조2000억원대의 자기자본 대비 절반을 넘는 수준이며 신용사건 발생 시 즉시 대출실행 등 신용을 제공해야 하는 신용공여형 비중도 높아 회사 신용등급에 영향을 준다.


    사모펀드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 입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을 자기자본 10조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로 빠른 시일 내에 키워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험부담 대비 적정가격을 계산한 이후 현대증권 인수를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며 "일각에서 '승자의 저주'우려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미래에셋의 결정은 KB금융과 한국투자증권의 응찰가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미래에셋의 결단력을 학습했던 상황에서 미래에셋의 인수전 참여 선언 후 빠른 번복으로 인해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그러나 현대증권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가 제시할 기준가격을 생각하면 쉽게 응찰가를 낮추기도 힘든 상황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4일 기준가격을 적어 밀봉해둔 상태다. 본입찰이 마감되면 기준가격을 확인해 다른 인수후보자들의 응찰가와 비교하게 된다.


    최고 응찰가격이 현대그룹이나 현대엘리베이터가 수긍할 수준이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가격차이가 크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일부 사모펀드는 자금 동원력을 충분히 갖추고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점도 변수다.


    결국 응찰가격 제출 직전까지도 한국투자증권과 KB금융의 고민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