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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치러진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선거 결과는 현 김창근 위원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노조위원장의 직무정지 소송, 9개월 뒤 또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점, 장기집권 중인 현 집행부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만 확인하는 등 상처만 남은 승리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 김창근 노조 위원장은 총 51%의 지지를 얻어 김관우 후보를 누르고 간신히 자리를 지켰다.
하나은행의 조합원은 총 6353명, 김창근 위원장을 지지한 조합원은 3099명이었다.
노조 선거에는 이겼지만 현 집행부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도 상당했다는 평가다.
투표 결과를 따져보면 김관우 후보는 2820표를 얻는데 불과했지만 기권 285표, 무효 103표를 가져갈 경우 충분히 역전도 가능했던 것이다.
사실 이번 하나은행의 노조 선거는 김창근 위원장이 직무정지 소송에 휘말리면서 시작됐다.
김창근 위원장의 임기는 지난해 연말 끝났는데 외환은행과 노조 통합을 이유로 1년 임기를 연장했고 이에 대한 내부 반발로 재선거를 치룬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도 뒷말이 많았다. 반대 후보 측이 후원명단을 확보하지 못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에 유권해석을 부탁했으며 지난달 28일 개표 당시에도 일부 지방 지점이 투표지를 등기로 발송, 선거 결과가 이틀이 지나서야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9개월 뒤 노조 선거를 또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김창근 위원장이 임기를 1년 연장한 이유가 외환은행 노조 선거 일정과 맞춰 통합 노조 출범을 꾀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사측에선 오는 6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전산통합을 마무리해 물리적 통합을 이룬다는 계획이지만 두 은행 간 급여, 복지, 인사 등 내부적으로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며 “두 은행이 화학적으로 통합하지 않는 이상 급여 및 인사체계는 각기 운영되는 등 한지붕 두가족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KEB하나은행은 연초 임원과 지점장에 대한 교차 인사는 이뤄졌지만 대다수가 노조원들인 일반 행원 승진 인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또 임금 협상을 매듭지은 외환 노조와 달리 하나은행 노조의 임단협은 되돌이표만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임금 반납 결의에 외환은행 노조만 참여하고 하나은행 노조가 빠진 것도 임단협이 합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입장에서도 두 노조 간 통합 문제가 해결돼야 인사를 비롯해 성과주의 도입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한편 하나은행 김창근 위원장은 올해 10년째 위원장을 역임하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기고있다.
이번 선거까지 4연임에 성공한 것. 그가 유종의 미로 화학적 통합을 완성하고 백의종군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