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구조조정 아닌 조직효율화 찾는 과정자동화업무 확대 시 은행원도 직무 다양화해야
  • 우리 생활 속에 핀테크가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뱅킹 외에도 휴대폰을 통해 간단히 돈을 송금하거나 로봇이 자산관리를 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은행 인력이 지금보다 30% 가량 감소하고 그 역할도 축소될 것이란 전망치도 심심치 않게 들리지만 일부에선 위협보다 체질 개선 중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결국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얼마나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란 이야기다.

  • ▲ 금감원 전자공시 자료ⓒ뉴데일리
    ▲ 금감원 전자공시 자료ⓒ뉴데일리


    ◆시중은행 인력 감소세 뚜렷…조직 재정비


    일단 핀테크란 용어가 대중화됐던 2013년을 기점으로 은행권의 인력은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3년 8개 국내은행의 직원 수는 9만555명에서 2015년 8만7223명으로, 3332명 줄었다. 지점 수 역시 같은 기간 5300개에서 4951개로, 349개나 사라졌다.

    숫자상으로 놓고 보면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된 것으로 비춰지나 핀테크로 인한 구조조정은 아니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인 숫자로 봤을 때는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그동안 비대해진 조직이 효율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며 “아직 핀테크로 인해 구조조정이 이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미국 은행산업이 인력감축을 진행하는 것과 국내의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약 1만명의 인력이 감소됐다. 이는 지점업무의 자동화 모바일뱅킹 활성화 등으로 인한 구조조정 일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씨티, SC은행과 같은 외국계 은행과 합병을 통해 성장한 국민, KEB하나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인력이 소폭 상승했다.

    아울러 은행권 역시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 시기가 겹치면서 인력 감소분이 발생할 뿐 국내 은행들은 일정수준의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점 감소분 역시 그동안 경쟁적으로 지점을 늘린 영향으로 중복 점포를 정리하는 수준이지 아직도 영업현장에선 일손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핀테크 아직까진 단순 서비스일 뿐

    핀테크 생태계는 2013년을 기점으로 지급결제 시장과 플랫폼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초기에는 소비자에게 접근이 쉬운 지급결제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이후부턴 금융소프트웨어, 데이터분석, 플랫폼 영역 등 시장이 확대되고 있단 뜻이다.

    현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핀테크 초창기인 2008년에는 지급결제 부문에 대한 투자 비중이 70%로 가장 높았으나 2013년에는 28%로 축소됐다.

    반면 금융 소프트웨어 부문에 대한 투자 비중은 2008년 10%에서 2013년 29%로 증가했으며 금융데이터 분석 비중도 같은 기간 16%에서 29%로 증가했다.

    플랫폼 부문에 대한 비중 역시 2008년 5%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14%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처럼 핀테크 투자 영역은 다양화됐지만 아직 기존은행의 주력사업에는 못 미친다.

    우리나라보다 핀테크 기술이 발전된 미국의 경우 지급결제 부문은 은행 수입의 7%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존 은행 대출영업의 대항마로 꼽히는 P2P대출 규모도 글로벌 총 대출의 약 1%를 차지하는 등 대중화됐다고 말하긴 이른 상황이다.

    우리나라 은행산업도 알고리즘을 이용한 자산관리서비스 등 다양한 곳에서 핀테크를 접목한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하긴 아직 걸음마 단계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발길 끊긴 지점 변화는 필수

    사실 은행권의 가장 큰 위협은 대고객서비스 차원의 핀테크가 아닌 업무의 자동화다.

    디지털 금융 환경의 확산으로 지난 수년간 내점 고객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직원 1명당 평균거래 처리 및 상품 판매 건수가 급속히 줄었다.

    그렇다고 지점 수를 급격히 줄일 경우 대외 신인도 역시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점 수보다 지점 규모를 줄이는 방법이 또 하나의 해결책일 수 있다.

    미국 은행들은 이 같은 고민 해결을 위해 대형 점포보다 소형 점포를 운영 중이다. 또 직원 1명이 단순거래 처리, 상품판매, 고객서비스 관리 등 복수의 직무를 상황에 맞게 바꿀 수 있는 ‘유니버설 뱅커’ 제도를 운용 중이다.

    유니버설 뱅커의 가장 큰 장점은 1대1 집중 서비스가 가능해 고객들이 지점을 방문하는 목적의 90%를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또한 소수의 직원으로 지점을 운영함으로써 생산성 개선과 고객관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유니버설 뱅커를 운영하기 위해선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거래 업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첨단 ATM기, 고객의 정보와 요구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태블릿과 직원 배치, 자동현금관리기 등이다.

    또 고객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접촉할 수 있도록 텔러 창구를 제거하거나 오픈형으로 디자인하는 등 지점 레이아웃 변경도 필요하다.

    신한FSB연구소 한유경 연구위원은 “디지털 금융환경의 확산으로 내점 고객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지점의 생산성 을 높이고자 하는 미국 은행의 노력이 다양화되고 있다”며 “국내에도 유니버설 뱅커가 자리 잡기 위해선 고객의 자유로운 교류를 가능케 하는 오픈형 지점 레이아웃, 그리고 복수의 직무 수행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지속적인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