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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나자 은행권 노사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금융공기업 본사가 모여 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를 찾아 사용자협의회 복귀와 산별교섭 참여를 요구했다.
이번 항의 방문은 지난달 30일 산업, 기업, 수출입은행을 비롯해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캠코,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 7곳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고 개별 교섭으로 성과주의 도입을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금융노조는 지난 7일과 15일 산별 중앙교섭을 개최하자고 제의했지만 사용자협의회 전원불참으로 교섭이 무산된 바 있다.
사실상 은행 경영진들이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한 것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매주 목요일마다 산별 중앙교섭을 진행할 것”이라며 “5월까지 전혀 교섭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를 거쳐 총파업까지 갈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측은 금융노조가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34개 모든 사업장 노사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협상하자고 제의한 것은 2010년 사용자협의회가 설립된 이후 사전에 노사 합의를 통해 교섭대표를 선임하고 대표 간 산별교섭을 진행해 온 관행과 맞지 않다”며 “금융공기업 참석 요구 역시 이미 탈퇴했기 때문에 산별교섭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일단 금융공기업 7곳은 개별 협상에 들어갈 방침이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 상당하다.
산업은행은 최근 성과제 도입에 관한 임직원 설명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기업은행 노조 역시 권선주 은행장과 면담을 신청하고 방문했지만 안전요원에 막혀 몸싸움만 벌이다 끝났다.
사실 현재 상황에서 마음이 급한 곳은 금융공기업 CEO다.
내달부터 금융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가 시작된다. 경영평가는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올해는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도 항목에 추가했다.
또 성과연봉제를 빨리 도입하는 공공기관에 경영평가 가점과 추가 성과급을 지급키로 금융당국이 정함으로써 금융공기업 CEO들 입장만 난처해 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총선이 여당의 패배 이후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금융공기업은 정부 소속이다 보니 노조와 대화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이상 노사 관계는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