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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재 자산 5조원이 기준인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바꾸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28일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할 예정"이라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리적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간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상향할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사안인 만큼 상향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일 것을 의식하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대기업 지정제도는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된다"고 언급하면서 제도 개선 논의가 하루 만에 급물살을 탄 모양새다.
공정위는 일단 자산 기준을 5조원에서 7조∼10조원 등으로 올리는 방법과 자산총액 상위 30대 그룹 등으로 순위를 끊어서 지정하는 방법 등을 모두 열어 놓고 검토 중이다.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등 신산업 특성을 고려해 규제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자산 기준만 상향된다면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제도를 바꿀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08년 4월에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올렸다.
이를 통해 2008년 79개였던 규제 대상이 2009년 48개로 줄었다.
지정 기준 변경 이후 8년이 흐르면서 규제 대상은 다시 65개까지 불어난 상태다.
규제 대상을 1993∼2001년처럼 '자산순위 기준 30대 기업' 식으로 바꾸거나 다른 방식을 도입하게 되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 경우 국회 논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변경은 단순히 공정위와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고용·세제·금융·중소기업 등 약 60여개의 법령이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원용해 각종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60개 법과 관련된 기업, 이해관계자, 관련 정부 부처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가능한 대안들을 충분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