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산업 측면에서 구조조정 틀 마련돼야글로벌 해운동맹서 퇴출되는 것은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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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상선
 
글로벌 경기침체로 장기간 불황을 겪어온 해운업이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와 채권단의 칼 끝은 예리하다. 용선료 인하 등 강도높은 자구안이 없으면 더 이상의 지원이 없다며 단호하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를 염두, 법원이 주심판사와 재판장을 잠정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다만, 정부 주도의 '빅딜'은 없다고 못박았다. 최근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이행 중인 현대상선의 앞날이 풍전등화 상태다.
 
구조조정과 함께 정부 및 채권단의 지원이 절실하고, 특히 해운동맹 관련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무조건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용선료 협상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자구안 마련을 위해 자산을 마구 팔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향후 호황기에는 장사할 게 없어지기 때문이다.
 
29일 업계 전문가들은 해운업의 구조조정은 철저하게 시장원리에 따라 기업과 채권단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큰 그림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전체산업 측면에서 구조조정의 틀을 마련하고, 고용 및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우호 해운해사 연구본부장은 "해운 구조조정은 일반 기업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익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며 "용선료 협상이 이뤄지면 모든 것이 끝날 것 처럼 하고 있는데 보다 전략적인 후차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하나의 고리처럼 연결돼 있다"며 "조선의 고객은 결국 해운인데 해운이 죽으면 조선도 어려워지는건 당연한 구조이기 때문에 상대적 연관성이 있는 흐름을 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쟁력 강화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회생 됐을 때를 대비해서 개별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산업 전체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대 무역학과 정관수 교수도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정 교수는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만신창이된 해운사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무분별한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해운업계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존중하면서도 그동안에 주장해왔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제도개선 필요에 대해서는 전초와 같다고 밝혔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그동안 산업적·군사적 전략지인 항만이 외국회사에 넘어가고 있는데도 정부가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국적선사들도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항만 터미널 지분을 외국 자본에 매각하고 있는데도 남의 집 일처럼 구경만 했다"며 "지난 대선 때 정부에서는 해운산업의 중요성과 국적선사 보호 필요성을 피력한 만큼 실천에 옮길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국적선사들은 부채비율 등의 각종 제약으로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상황이었다"라며 "용선료 협상 이후 시장에서 활개치면서 영업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해운업계 '빅2'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돈 되는건 다 팔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싱가포르항만공사(PSA)에 현대부산신항만 주식 161만주를 800억원에 매각하고 자구안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부산신항 내 21개 선석 가운데 국내 업체가 보유한 선석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4개로 줄어들게 됐다. 나머지 17개 선석은 모두 외국계 선사들의 손에 넘어간 셈이다.
 

한진해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해운업체들이 이처럼 돈되는건 다 팔다가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운도 일종의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위태위태한 회사에 누가 물건을 맡길 수 있겠는가"라며 "글로벌 시장 재편에서 밀려나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해운동맹도 중요 변수다.
 
그동안 글로벌 해운동맹은 △2M △G6 △CKYHE △O3 등으로 이뤄져 왔다. 현대상선은 G6에, 한진해운은 CKYHE에 편입돼왔다. 하지만 최근 세계 3위 프랑스업체 CMA·CGM과 4위 중국 원양해운그룹공사 등이 주도한 오션 얼라이언스가 만들어졌다. 현대상선이 가입돼 있던 G6도 OOCL과 NOL이 탈퇴하면서 위상이 약화됐다. 한진해운이 속한 CKYHE도 에버그린과 코스코가 빠지면서 해체 위기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그나마 쪼그라든 해운동맹에서도 퇴출당하게 된다. 해운동맹 없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새롭게 재편되는 '빅2' 해운동맹 가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3의 해운동맹 가입 등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