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및 일부 수도권 100여개 점포 도입분식집 “기기 도입되면 우리는 죽는다”
-
즉석라면 조리기 100대를 도입한 CU가 본격적으로 신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대기업의 골목상권 죽이기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CU가 선보인 즉석라면 조리기는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해 서울 및 일부 수도권 100여개 점포에 도입돼 다양한 입지에서 테스트 중이다.
뉴데일리경제 기자가 직접 지난 1일 중구에 있는 CU 편의점에서 즉석라면 조리기를 사용해본 결과, 이용 방법이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했다. 맛은 일반 끓여먹는 라면과 차이가 없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봉지라면과 함께 500원을 추가해 전용 용기를 구매해야 한다. 이후 라면을 넣고 용기에 붙어있는 바코드만 즉석라면 조리기에 가져가 찍으면 끝이다. 이제부턴 인공지능 조리기에 맡기면 된다. 기기가 용기 속 라면의 물 조절, 시간 등을 스스로 판단해 ‘끊인 라면’이 완성된다. 소요시간도 3~5분 정도다.
기존 한강 편의점과 PC방 등에서 판매하던 일명 뽀글이 제조기로 불리던 제품이 보다 편하게 개선돼 도시로 이동했다고 생각하면 용이하다. 기존 제품들은 라면에 구분 없이 똑같은 물량을 넣어 라면에 따라 맛 차이가 천차만별이었면 CU가 도입한 조리기는 △볶음면 △일반라면 △굵은 라면 등 총 3가지로 구분해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
CU의 끊인라면은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다. 일반 분식집에서 약 3000원 정도에 판매하는 라면을 CU에선 2000원 수준으로 즐길 수 있다. 위생상태가 깔끔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용기를 재사용하지 않고 바로 버리기 때문에 이물질 오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CU 편의점 직원은 “아직까지 손님들이 잘 몰라서 많이 찾지는 않는다. 컵라면과 판매 비율은 9:1 정도로 많이 밀리지만, 호기심에 드시는 고객들은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CU 측은 향후 추세를 보고 점차 기기를 전국 매장에 보급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CU가 메뉴를 다양화 하고 있는 사이 이러한 기기가 편의점에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분식집들은 근심에 휩쌓였다. 최근 편의점에서 분식집 대표 간판 음식들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가뜩이나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형국에, 라면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치솟고 있는 것.
실제로 노원구에 위치한 분식집 주인은 “(CU 즉석라면 조리기)그런 기기가 도입돼? 우리는 나가 죽으라는 소리”라며 “편의점 김밥 판매 이후 웬만한 동네 분식집은 다 망했다. 지금도 그런 상황이다”고 성토했다.
다른 지역의 분식집 역시 대부분 상황은 비슷했다. 과거 분식집에 소유물로 여겨졌던 △어묵 △순대 △떡볶이 △간단한 도시락 등을 편의점에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CU 홍보실 관계자는 “라면이 분식집들에 소유물은 아니다. 그전에 있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왜 골목상권 침해 인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동등한 상황에서 경쟁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