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3일 교육부가 발표한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사업' 선정 대학 명단. ⓒ연합뉴스
    ▲ 지난 3일 교육부가 발표한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사업' 선정 대학 명단. ⓒ연합뉴스


    교육 정책을 이끌어야 할 교육부가 고등교육 생존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학 운영과 관련해 수십년간 이어온 학과 등을 단기간 내 개편하도록 하는 재정지원 사업을 벌이면서 교육 현장보다는 근시안적 정책 운영만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프라임·PRIME)사업'과 관련해 고위 공무원 입김, 비리대학·구성원 미합의 등 잇따른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정성 여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2017학년도 입시를 얼마 남겨 놓은 상태에서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프라임사업이 발표되면서 입학 정원이 변경되고 학교 구성원 간 합의를 떠넘기는 등 학문 발전보다는 성과 위주 정책으로 고등교육 생태계를 변질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13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올해 예산 2012억원이 투입되는 프라임사업에 전국 4년제 대학 21개교가 선정됐다. 선정된 학교는 한 곳당 50억~150억원씩이 지원된다.

    2018년까지 6000억원을 쏟아붓는 프라임사업의 경우 인력 미스매치 등 사회 수요 맞춤형 고등교육을 목표로 취업경쟁력이 높은 공학계열 등으로 정원 이동으로 산업수요 중심 학과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말 교육부는 재정지원이라는 부분을 강조했고 프라임사업 선정 시 3년간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들의 관심이 높았다.

    접수 결과 전국 대학 중 3분의 1 수준의 75개교가 프라임사업을 신청했고 21개교만이 '프라임사업 선정 대학' 타이틀을 거머줬다.

    반면 프라임사업은 과도한 입시안 변화를 요구하면서 수험생 등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라는 명분하에 고등교육을 '취업'에만 한정 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프라임사업 평가요소 중 구성원 합의가 제대로 완료되지 않은 곳이나 부정비리대학에 대한 예외 적용, 고위 공무원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학교가 선정된 부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 선정으로 21개교는 2017학년도부터 입학정원 4만8805명 중 5351명(11%)를 프라임 사업 분야로 정원을 이동하면서 공학계열은 4429명 늘어나지만 인문사회 등 비이공계는 그만큼 정원이 줄어든다.

    이번 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대학의 경우 이미 내년도 입시안을 프라임사업에 맞춰 조정하기도 해 실제 정원이동 규모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지역 A대학 관계자는 "2017학년도 입시 변화로 인해 학부모들이 (프라임사업을) 반기지 않고 있다. 외국대학의 경우 인문 분야가 상승세라고 하는 데 교육부는 오락가락하지 않았으면 한다. 장기적인 시안이 필요하고 고위 공무원 연관 대학이 선정됐다는 의혹에 비난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은 "프라임사업에 선정되지 않아 학교에서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탈락할 경우를 대비해 대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당장 2017학년도 입시와 향후 사항에 대해 논의가 오고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프라임사업에 선정된 학교 중에는 학과 통·폐합으로 인해 학생들이 반발하거나 무리한 사업 준비로 구성원 간 잡음이 끊이지 않는 곳도 있다.

  • ▲ '산업 연계 교육활성화 선도 대학(PRIME) 사업'과 관련해 지난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실에서 백성기 프라임평가위원장 겸 사업관리위원장이 PRIME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산업 연계 교육활성화 선도 대학(PRIME) 사업'과 관련해 지난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실에서 백성기 프라임평가위원장 겸 사업관리위원장이 PRIME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오히려 사업 자체를 백지화한 대학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교육부가 단기간 성과에 집중했다는 평가다.

    B대학 측은 "프라임사업이 너무 급하게 추진된 부분이 많았고 신입생 선발 및 커리큘럽 운영 등 사업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다. 장기적인 부분에서 예산을 받을 수 있더라도 구성원 합의가 이뤄지는 게 어려워 사업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일자리가 늘지 않는 데 공대 인력을 늘리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봤다"고 지적했다.

    지방소재 C대학은 "세금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하느냐에 대한 비판이 있다. 인문계 정원을 줄이면서 이공계로 정원을 이동시켜 산업 인력을 높이려는 부분에서 대학이 살아날 부분이 없어지는 상황이다"고 비난했다.

    출산율 저하로 학령인구는 2020년 775만명에서 2060년 488만명으로 감소, 대학의 경우 2023학년도 입학정원에 16만명이 부족하다고 전망한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 방안으로 내세운 정책은 '학령인구 감소에 다른 선제 대응'이라는 '정원감축' 계획이었다.

    교육부의 대학 정원 감축 계획은 2022년까지 16만명을 줄이는 것이다. 대학 정원감축안을 강조한 교육부는 취업률 요소를 대학평가 지표에 포함시켰다.

    2014년 진행된 교육부의 '수도권·지방대 특성화(CK)사업'의 경우 정원 감축 등이 담긴 평가 지표가 공개됐고 전체 100점 가운데 취업요소가 약 10%를 차지했다. 

    기관·기업의 일자리 공급을 교육기관이 담당하는 것마냥 책임을 떠넘겼고 단기간 내 취업률 요소를 높이기 위해 졸업생 교내 취업, 페이퍼컴퍼니 건강보험료 납부 등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전문대 및 4년제 대학 66개교가 하위 D·E으로 불명예를 안았다. 최대 입학정원 15%를 감축해야하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학자금대출, 국가장학금 지원을 제한하면서 애꿎은 재학생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프라임 사업을 통해 내년도 입학생이 처음 배출되는 시기는 2021년이다. 5년 뒤 일자리 시장을 내다본 교육부는 작년 12월 말께 프라임사업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사업신청 준비는 3개월에 불과했다.

    각종 사업에서 과도한 기준을 내세운 교육부는 여전히 재정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압박 카드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업 평가는 공정하게 진행됐고 이동 정원 규모도 크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교육부는 '자율 참여'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 지역대학육성과 관계자는 "프라임사업 평가위원의 경우 이해 관계가 없는 이들로 선발해 평가 과정을 CCTV로 녹화했다. 의혹이 있을 만한 사항을 없게 했다"고 일축했다.

    이어 "자율성이 보장된 대학이 정원을 마음대로 하기 때문에 맡긴 것이고 교육부가 나섰다면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 선정 대학은 21개교로 정원 이동 규모는전체의 1~2%밖에 안된다. 많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입시는 전적으로 대학 자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