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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여신심사 강화로 가계대출 관리에 나섰지만 오히려 대출 규모는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4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654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3000억원 늘었다.
특히 여신심사 강화 가이드라인에서 빠진 집단대출 증가 폭이 가계부채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2월까지 집단대출 증가액은 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에서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분기 29.6%에서 올해 1월 40.4%로 높아졌다.
은행 집단대출의 경우 일단 대출이 실행되고 나면 중도금 대출 및 잔금 대출의 형태로 해당 주택이 완공될 때까지 2~3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대출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상당기간 지속적인 가계부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해당 주택의 완공 시에는 강화된 소득 증빙 요건 및 비거치식 원금분할상환 요건이 적용되는 일반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되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결국 가계부채 억제 효과를 기대한 정책이 오히려 가계부채를 부채질한 꼴이다.
오락가락 정책은 또 있다. 바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다.
정부는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LTV·DTI 규제 완화조치를 1년 더 연장키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액을 규제하는 LTV와 DTI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난 2014년 8월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주택 수요자들은 대출시 LTV 70%, DTI 60%를 적용받았으며 이후 지난해 5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일몰 종료를 앞두고 1년 연장한 바 있다.
당초 업계에선 여소야대 정국 속 부동산 살리기보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가계부채 관리에 더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LTV·DTI 규제 완화 등 각종 부동산 정책을 집값 급등과 가계부채 폭증의 원인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실제 집단대출 증가 속 아파트 분양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서민보다 투기성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LTV·DTI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부동산 침체를 막자고 시행한 정책이 반대로 가계부채를 키우는 상황으로 역전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가계부채를 관리할 전담 부처가 없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가계부채는 금리 상황, 부동산 시장, 고용 등 다양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국토부 등 여러 행정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와 관련된 정책은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업권의 입장과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며 “향후 기업구조조정에서 발생할 대규모 실업 사태도 가계부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민·관·정으로 구성된 전담 기구를 설치해 일관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