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산업용 인하 vs 新 에너지 투자해야 '팽팽'

  • ▲ 전남 나주 한전 본사. ⓒ 뉴시스
    ▲ 전남 나주 한전 본사. ⓒ 뉴시스



전국적으로 30도를 웃도는 때이른 더위 탓에 폭염주의보 발령이 잇따르고 있다. 
이른 무더위에 에어컨 판매량은 껑충 뛰었다.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지난해처럼 올 여름에도 한시적으로나마 전기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산업계는 이보다 한 발 먼저인 지난 3월부터 정부에 산업용 전기료 인하와 요금체제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은 글로벌 경기 악화로 수출이 날로 감소해 기업경영이 어려운 만큼 2005년 이후 10년 간 70%이상 오른 전기료를 낮춰 원가 절감을 도와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출경쟁국인 중국은 이미 1월부터 기업 원가절감 차원에서 전기요금을 ㎾당 0.03위안 인하했다. 비용하락은 가격경쟁력으로 직결돼 연간 약 12조원가량의 원가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산업부만 쳐다보는 한전..요금 결정권 無

전기요금 인하 요구가 거센 데는 한국전력의 '실적'이 큰 몫을 차지 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석탄, 원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전력 생산단가가 떨어진 탓이다. 

한전은 전기생산 원료비는 줄었지만 판매가격은 그대로 유지해 '호실적'을 맛봤다. 
지난해 매출 58조9577억원에 영업이익은 11조3467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13조~14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전력 공급이 충분해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우려도 사라졌다. 

산업부와 한전은 이 이익금을 전기료 인하 보다는 신산업육성 펀드에 쏟는다는 계획이다. 지난 19일 한전은 2조원을 출자해 신산업 육성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신산업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펀드를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은 산업부와 신재생에너지 펀드에 2조원이나 투자하지만 실질적으로 전기요금 책정에는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형식은
 한전이 요금 조정안을 작성해 산업부의 승인을 받는 것이지만 조정 권한은 정부에게 있다. 때문에 지금껏 경제환경과 정치적 분위기에 흘러 요금이 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유가하락에 따른 원가 요인도 있지만 에너지 신산업 육성, 온실가스 감축 투자 등을 감안해 전기요금을 적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이에 발맞춰 전기요금 인하 요구는 '교각살우'라면서 우려하고 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기요금 자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국 중 가장 싸다"는 점을 환기시키며 여전히 한전의 누적부채가 100조원대인 점과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투자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정부, 주택용 전기 인하 NO...산업용은 10% 절감 

정부와 한국전력은 전기요금 인하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으나 일부 조정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주택용 전기요금 인하는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내수활성화를 위해 7~9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4구간(월 사용량 301~400㎾h 대상) 가구에 대해 3구간(201~300㎾h) 요금을 적용했다. 3구간 요금은 4구간 보다 kWh당 22원 저렴하다. 

다만 산업용 전기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무더위가 지속될 경우 주택용 전기요금도 인하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는 연간 전력 소비가 3만kW 이상인 대형 기업 461곳(지난해 기준)이 올 하반기부터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지난 2월 출범한 민관 합동 에너지규제개혁협의체의 의견수렴을 거쳐 내달까지 종합 대책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제도 개선을 통해 10%가량 산업용 전기료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경제계에서는 실질적인 전기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종합 대책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 피바람이 어디까지 불 지 모르는 상황에서 각 기업들이 실적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면서 "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전기료 인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