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과 프랑스 국빈방문 경제사절단에서 빠졌다.
산업은행은 24일 "이동걸 회장은 26일 20개국 개발금융기관장 회의(D20)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한다"면서 "D20 일정이 먼저 정해져 순방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169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25일부터 내달 4일까지 4개국을 돌며 '세일즈외교'에 나선다. 이번 순방의 경제사절단은 이란(236명)에 이어 역대 2번째 규모이다.
지난달 이란 순방 당시 산은 이동걸 회장 역시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참여해 이란 중앙은행을 비롯한 3개 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란 금융 지원 인프라 구축을 통한 국내 기업의 이란 진출을 돕기 위해서다.
과거 수출입은행이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도맡아왔으나 국내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늘려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이유로 산은도 적극적으로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세일즈외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번 순방 때 산은이 경제사절단에 들어가지 않은 것을 두고 대내외적인 분위기 따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멕시코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기류다. 이동걸 회장이 장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먼저 산은 내부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산은 노조는 지난 19일 이동걸 회장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노조의 동의없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이사회에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산은은 직원들로부터 동의서를 받고 이사회에 넘겼다고 맞서고 있지만 논란은 정치권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산은을 찾아 노조와 면담한 뒤 경영진과 만나 성과연봉제 추진과정에서 불법 사례가 있었는지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더민주는 20대 국회의원 11명과 이석행 당 노동위 수석비위원장 등으로 성과연봉제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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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과 프랑스 국빈방문 경제사절단에 불참한다. ⓒ 산업은행
진전없는 용선료 협상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당초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마감시한을 20일로 잡았다가, 이달 말까지로 연기했다. 20일까지 용선료 협상이 없을 땐 법정관리로 갈 수 있다는 말을 뒤집은 셈이다.
해외 선주들이 용선료 인하에 부정적 인식이 걷히지 않자 채권단이자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직접 선주사들을 서울로 불러 협상을 벌였지만 여전히 결과물은 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무리하게 협상을 주도하면서 각기 선주사들과 계약 내용이 모두 다른데 '패를 다 보여주고 시작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다음 구조조정 업종인 조선업,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둘러싼 책임론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16년 째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로이나,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7300%가 넘는다. 국책은행이 중심을 잃고 정권의 뜻대로 기업 인수, 낙하산 인사 등이 활개를 치면서 국책은행의 부실이 더 깊어졌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산은의 내우외환은 이미 예고됐던 일"이라며 "오죽하면 정부가 주채권은행부터 손보겠다고 산은에 쇄신안을 요구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