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R10, 화질 차이 없는데 제조원가 높일 필요 없다""돌비비전, 고색재현 기술 등 불가능한 기준 화질 강조"
  • ▲ 삼성전자 SUHD TV로 시연된 HDR 영상. ⓒ삼성전자
    ▲ 삼성전자 SUHD TV로 시연된 HDR 영상. ⓒ삼성전자


    하이다이나믹레인지(HDR)의 표준 규격을 놓고 업체간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화질의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제조 원가를 높일 필요가 없다는 삼성과 고색재현 기술을 통한 프리미엄 화질을 강조하는 돌비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영상 및 음향기술로 잔뼈가 굵은 돌비가 유리해 보이지만, 화질 규격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어 논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존 TV보다 명암·세부·묘사·색표현력이 개선된 HDR 콘텐츠의 보급이 가시화되며 HDR 표준 규격을 차지하기 위한 HDR10과 돌비비전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TV 제조사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글로벌 영상·음향 기업 돌비가 그 중심에 서 있다.

    4K UHD와 HDR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HDR10은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제작돼 뛰어난 범용성과 확장성을 자랑한다. 특히 칩셋과 로열티 등 별도의 사용료가 들지않아, 모든 업체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UHD얼라이언스의 인증 규격을 통과한 제품만이 HDR10을 사용할 수 있어 돌비비전에 비해 확장성이 뒤쳐진다는 일부 평가도 나오고 있다. UHD얼라이언스의 HDR10 규격은 화면 밝기(LCD 1000니트·OLED 540니트) 등 10여 개의 항목을 충족한 TV가 부여받는 UHD 프리미엄 인증을 받게 되면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HDR10의 인증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사용료를 부담 지우는 기존 인증제도의 불합리한 관행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제조사들이 돌비비전 HDR을 사용할 때 지불하는 사용료는 TV 한 대당 6~7달러 정도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제조사의 3~4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달리 첨단 음향기술을 앞세워 가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돌비는 콘텐츠 업체들과의 협업관계를 바탕으로 HDR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대표하는 돌비의 브랜드 가치는 TV 제조사들에게 큰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돌비비전은 HDR10의 인증 기준 보다 높은 수준의 규격을 내세우고 있다. 12비트 및 1만 니트 밝기를 지원하는 콘텐츠를 배급하며, 향후 디스플레이 시장 발전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또 메타데이터를 활용한 색표현력과 색공간을 제공하며 최적화된 화질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출시된 최고 수준의 TV 조차도 10비트 및 1000니트 이상의 밝기를 지원할 수 없고, UHD 프리미엄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일부 중국 업체들이 돌비비전을 지원하고 있어 돌비비전 화질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칩셋과 로열티 등에 대한 추가 사용료는 HDR10과의 표준규격 경쟁에서 치명적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HDR10과 돌비비전의 표준 규격 전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화질, 사용료, 구조적 차이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콘텐츠 업체들의 노골적인 지지가 사라지며 시장 상황도 간단치 않은 상황이 됐다"면서 "OTT 업체들 역시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하게 된 만큼,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이 표준 규격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